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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에 선 긋는 남자 -도예가 박정홍

도자기에 선 긋는 남자 도예가 박정홍    
[paragraph type="l" col="2"] 도자기에 선 긋는 남자 도예가 박정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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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홍은 도자기에 선 긋는 남자다. 그는 여러 색의 선들이 촘촘하게 면을 채우는 도자기를 만든다. 그가 도자기에 선을 넣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참을 들여다보고서야 알았다. 그 선들은 색채로 표현된 언어였고, 어떤 감정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나는 도자기라는 형태를 만들면서 형태를 초월하는 것을 얻고 싶어 하는 이 모순적인 남자가 흥미로웠다. 그래서 그를 만나야 했다. “당신은 도예가입니까?” '도예가’라는 명칭으로는 그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느낀 나의 첫 질문이었다.“도예가라는 명칭은 적확하지 않은 것 같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도자기들은 묘한 데가 있다.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다고 할까? “예쁜 게 다는 아니랍니다.”

 

그의 도자기들은 아름답고 매끈하지만 자기들이 도자기라는 사실을 답답하고 지루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형식과 기능성에는 흥미가 전혀 없어요. 그런 도예로부터는 점점 멀어지고 있고요. 생각이 많아지고 있어요. 덜어 내는 작업, 다른 데로 갈 수 있는 작업에 대해서요.” 그러니 도예가라는 이름이 그에게는 비좁을 수밖에……. 도예가의 사전적 정의는 ‘도자기 공예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공예는 ‘물건을 만드는 기술에 관한 재주’를 이르는 말이므로. 도자기에 선을 넣기 시작했을 때 그는 도예가였겠지만 지금의 그는 다른 세계로 가려는 사람인 것이다.


 

모든 것은 선을 넣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제 그 작업은 선을 통해 한글과 영어의 코드를 넣는 데까지 와 있다. 한글의 각 자모에영어의 경우에는 각 알파벳에 선의 종류와 색을 지정해서 코드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그는 그 선들로 글자를 쓰고 있는 셈이다. 예기치 않은 사고가 작품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전시에서 그는 파트리크 모디아노의 한 문장을 인용해 작업을 하려 했으나 가마에서의 사고로 대부분의 도자기를 못 쓰게 된 것. “흥분과 우울이 번갈아 나를 휩쓸었고 꿈과 꿈이 교차하고 있었다.”1라는 문장을 쓰려던 구상을 파기할 수밖에 없었고 생존한 ‘우울’로 “우울뿐”이라는 변형된 작품을 하게 된다. 1) 파트리크 모디아노, 《슬픈 빌라 Villa Triste》, 책세상, 2001.

[p]    도예가 박정홍의 작품들 한글코드, cosmic, 가족의 자료 사진들    

“아직도 선 넣니?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되게 슬퍼요." 선을 넣는 행위야 일관성 있게 보일 테지만, 그 속에서 계속 변해 간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선을 넣기까지 육칠 년 걸린 거예요. 흙을 다루는 게 너무 어려워요. 너무 느린 재료예요. 하나씩 겨우 해 나가는데 머릿속에는 해야 할 것들이 자꾸 쌓이고 있어요.” 그 쌓인 것들에서 나온 작품으로는 <돌을 닦다>가 있다. “남는 재료들을 버렸었는데 어느 날 버리는 게 아깝더라고요. 그걸 뭉쳐서 구웠는데 조약돌이 나왔어요.” 그는 이렇게 만들어진, 색과 크기가 모두 다른 64개의 돌들을 캔버스에 붙인 후 관람객에게 돌을 가져가게 한다. 가져갈 돌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어 그 사진을 돌이 있던 자리에 붙이게 했고, 선택한 돌을 가져갈 수 있게 주머니와 수세미를 제공했다. 돌을 틈틈이 닦아 주길 바란다는 작가의 말도 함께. 2) 〈START CRAFT-K IN SEOUL〉, 아라아트센터, 2012.

 

그는 도예를 제외한 모든 것으로부터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농담도 아니고 위악도 아닌 것으로 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흙이라는 재료의 신비를 탐사 중이었다. “흙이 유리가 되는 과정을 거치잖아요. 불 속에서 녹았다가 다시 구워지는 재료거든요. 성질이 완전히 변하는 건데 그런 재료는 아마 없을 거예요.” 그 부분이 흥미로우면서도 죽을 맛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였다. “손으로 하지만 정말 손으로 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그런 걸 만들고 싶어요.” 알수록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모순의 연속인 물질을 다루는 이 모순투성이 작가의 애정 어린 불평과 모순된 야심이라니.

    [/p] 도자기를 빚고 있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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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 좋은 도자기인지 물었다. “깨는 거요.” 더 듣지 않아도 이것으로 충분했다. 도자기만이 아니라 모든 예술이 그런 거니까. 의미를 따르는 건 시민이고, 의미를 부수는 게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해석의 몫이 더 중요한 도자기를 -혹은 아직은 알 수 없는 그 무엇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박정홍의 서가에 꽂혀 있던 책 한 권을 떠올려 본다. 작품이란, 카롤린 봉그랑의 《밑줄 긋는 남자》에 나오는 인물들이 긋는 밑줄 같은 것이다. 해석하는 사람들에 따라서 끊임없이 변하는 것. 그의 돌들은 어디선가 닦이고 있을 것이며, 그의 선들은 어떻게든 움직이면서 그에게 해석을 돌려줄 것이다. 도예가 박정홍, 보이는 것을 만들면서 보이지 않는 것에 집착하는 그는 예상할 수 있으되 예상할 수 없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박정홍 1979년 미국 시카고 출생. 대학과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했다. 2006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했다. 대표 전시로 〈punning-진지한 유희〉2008, 한향림 갤러리, 파주, 〈Exempla〉2011, Internationalen Handwerkmesse Munchen, 뮌헨, 〈COLL ECT〉2013, 사치 갤러리, 런던가 있고, 11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릴 SOFA에 참여할 예정이다. 뉴 제너레이션 대상, 대만 도자기 비엔날레 입선, MINO 입선,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 공모전 동상 수상.   글_ 한사유 문학을 전공하고 문학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사진_ 김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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