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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어로 본 '낚시'의 문화사 《별건곤》 1930. 9.

언어의 흔적4 유행어로 본 '낚시'의 문화사 별건곤 1930. 9.   [block-green]

현대인의 신경은 나날이 둔해 간다. 현대 과학의 끊임없는 자극에 극도로 첨예화한 그들의 신경이 밟은 반동적 경향이리라. 이리하여 그들의 마음 가운데는 어느새 부질없이 괴기를 찾는 일종의 엽기벽獵奇癖이 생겼다. 그로테스크! 그로테스크! 나체화적 에로, 신화적 그로테스크, 이것이 현대인의 시들어 가는 명맥을 끌고 나가는 위대한 매혹이요, 생명수다. 이제야 삼면 기사적 항다반三面 記事的 恒茶飯의 사실보다, 김빠진 연애소설보다, 노파들의 입에서 풀려 나오는 신화 괴담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동화童話의 세상이 오려는가! 사람들의 마음이 오래 떠났던 동심으로 돌아가려 함인가! 하여튼 이러한 엽기풍은 경박한 양키들의 조변석화적朝變夕化的으로 변전하는 유행심리만은 아니다. 항상 기형적 진로를 밟고 있는 터이라 그들과는 생활이 엄청나게 다르건만 어느새 우리의 마음 가운데에도 이러한 심리가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표기는 원문의 것을 그대로 인용하되, 띄어쓰기는 일부 수정함  

- 일기자一記者1), 〈거인 김부귀를 요리했소〉, 《별건곤》 1930년 9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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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그로•난센스'는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유행어였다. 짐작하다시피, 에로티시즘Eroticism과 그로테스크Grotesque, 난센스Nonsense를 한데 묶은 말이다. 통속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들이 넘쳐 나는 세태를 개탄하거나 비판할 때 이 말을 주로 사용했다. 당시 사람들 역시 야하거나 기괴하거나 어이없는 것들에 꽤나 열광했던 모양이다. 이 기사를 쓴,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기자는 그러한 대중 심리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글에도 나오는 '엽기'는 2000년대 초반 한국 사회의 유행어이자 키워드이기도 했다. '비정상적이고 괴이한 일이나 사물에 흥미를 느끼고 찾아 다님'이라는 원뜻과 다르게 '엽기'라는 단어는 그야말로 엽기적으로 확산되었다. 단지 '비정상적이고 괴이한' 일들만이 아니라 뭔가 새롭고 자극적인 것들은 죄다 엽기라는 이름을 달고 퍼졌다. 엽기 토끼, 엽기 떡볶이, 엽기송song, 엽기 게임……. 그러고 보면 1930년대의 '난센스'와 2000년대의 '엽기'는 서로 통하는 데가 있어 보인다.

 

최근에 신선한 누리집을 발견했다. 이름하여 '충격 고로케'http://hot.coroke.net. 1930년대라면 난센스 고로케였을 것이고, 2000년대라면 엽기 고로케였을 것이다. 이 누리집은 언론이 기사의 제목에 즐겨 쓰는 선정적인 단어들로 목차를 만들었다. '충격', '경악', '결국', '멘붕', '발칵' 등이다. 목차를 누르면 그 단어를 제목에 사용한 기사의 목록이 나열된다. 이 누리집의 운영자는 '충격'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다시 정의한다. "부디 꼭 클릭해 달라고 독자에게 간곡하게 부탁하거나 독자를 낚아 보기 위해 언론사가 기사 제목에 덧붙이는 일종의 주문." 그렇다. '낚은' 사람이 있으니 '낚이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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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기자一記者란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익명으로 기사를 기고할 때 주로 썼던 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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