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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 그리고 사람
  • 한국어 교육은 ‘너’와 ‘나’를 잇는 이음터입니다.

  • 부산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학과 김강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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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마침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국립국어원 소식지 독자 여러분께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강희

 안녕하세요? 부산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학과 교수 김강희입니다. 저는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국어학, 그 안에서도 한국어교육학 문법론을 전공했어요. 우리 삶이 언어를 변하게 하듯, 언어 역시 삶과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우리말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쉼표, 마침표.》

교수님께서 한국어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강희

 저는 윤동주 시인을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시절에 <우리말 겨루기>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만 해도 시를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었죠.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해서 은사님이신 강현화 선생님을 만난 것이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어요. 그때 선생님께서 해 주셨던 말씀 덕분에 언어를 바라보는 시각이 확장되었습니다. ‘이론은 수행 앞에, 수행은 이론 앞에 있어야 한다.’라는 한 외국 학자의 말이었는데요. ‘한국어교육학’이라는 학문이 기존의 국어국문학 안에서의 세부 전공들과 달리 ‘언어의 사용’, 그리고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감동했습니다. 완벽해 보이는 언어 규칙의 세계에서 균열을 발견하는 일, 그리고 그 균열이 오히려 의사소통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임을 깨달으며 한국어교육학이라는 학문을 업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쉼표, 마침표.》

한국 대중음악과 한국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시작된 한국을 향한 관심이 언어와 문자 학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전과 달리 세계 곳곳에 많은 학습자가 분포되어 있는데요. 혹시 한국어 학습 열풍이 일시적인 유행은 아닐는지요?

김강희

 문화와 언어는 서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복합적인 영역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언어권마다 무지개의 색깔을 세는 개수가 다르다든지, 동일한 동물에 대해서 다른 이미지의 별칭을 연상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인간의 사고, 그리고 문화가 언어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죠. 2000년대 초반에 드라마 콘텐츠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던 한류는 오늘날 음악이나 의상, 메이크업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어 널리 전파되고 있어요.
 이에 따라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의 정체성 역시 다변화되고 있는데요. 해외 학습자의 경우 예전에는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초급 학습자들이 많았다면, 현재는 다양한 온라인 교육 도구와 현지 교원을 통해 초급의 장벽을 넘어서서 중고급 단계로 진입하는 한국어 학습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예전에는 한국어학당을 거쳐서 대학에 진학하려는 유학생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이미 자국에서 한국어 기초 학습을 마치고 바로 국내 대학으로 진학하는 유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한류의 위기에 대한 우려는 2000년대 초반에도 있었지만, 파도가 그 세기와 모양이 다를 뿐 결국에는 멈춤 없이 일렁이듯이, 한류와 한국어교육에 대한 수요 역시 그 양상과 성격이 다를 뿐, 국가의 장벽을 넘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쉼표, 마침표.》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닌데요. (학습 과정에서) 주로 어떤 점에서 한글과 한국어에 관한 매력을 느끼는 걸까요?

김강희

 사실 학습자들은 한국어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어를 학습할 때 저마다 어려움을 겪어요. 모국어의 간섭이나 전이로 인한 어려움도 있고 학습자 개인 성향의 문제, 또는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어려움도 있는데요.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들을 중심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아랍어 문화권에서는 한글 자모를 익히는 일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영어권에서는 한국어의 다양한 경어법 체계를 낯설게 느끼기도 하고요. 또 베트남 학습자들은 분절음이나 음운현상에서 한국어 학습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하죠. 이슬람 문화권에 속하는 우즈베키스탄 학습자나 불교 문화권인 미얀마 학습자들은 화행이나 의사소통 전략의 사용에서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거꾸로 이러한 언어문화의 차이가 학습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한글 자모 쓰기를 어려워하는 아랍어권에서 한글 멋글씨(캘리그라피) 문화 체험이 오히려 상당히 인기 있는 수업이 되기도 하고, 베트남에서 한국인 원어민 교사의 발음 수업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처럼 한글과 한국어에 대해 학습자들이 느끼는 매력은 언어문화적 배경과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언어 환경을 떠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한글과 한국어의 매력은 언어 환경을 떠나서 생각해 본다면, 한국인의 이른바 ‘우리’라는 문화에서 비롯된 다정한 말의 규칙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의 공동체 문화, 그리고 관계를 세심하게 고려하는 언어 습관이 한국어에 깊이 녹아 있죠. 이러한 한국어 고유의 특성이 세계 곳곳의 학습자들을 사로잡는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쉼표, 마침표.》

한국어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국어 교육자와 연구자들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국내외에서 한국어 교육자들은 어떻게 양성되고 있는지요?

김강희

 2000년대 초반부터 이십여 년 가까이 성장해 온 한국어교육은 과거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세계에 퍼져나가고 있어요. 가장 눈여겨볼 만한 성장은 바로 현지 교원의 양성인데요. 이전에는 한국인 교사가 해외에 파견되는 방식으로 한국어교육이 보급되었다면, 최근에는 현지에서 교원을 양성하는 방식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어를 모어로 삼는 한국어 원어민 교사가 해외에 파견되는 것도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지만, 최근에는 한국어 학습자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현지에서 현지인 교원이 한국어를 강의할 수 있을 만큼 수준이 높아졌어요. 보수성이 강한 나라일수록 한국어 원어민 교사보다는 현지인 교원을 선호하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이런 현상에 주목한다면 국내 한국어 원어민 교사들과 해외 현지인 교원의 협업도 실현 가능하다고 봅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최근 한국어가 제2외국어로 지정되면서 한국어 학습의 수요가 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해외에 파견된 원어민 한국어 교사와 현지의 베트남인 교원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교실을 운영하는 방식이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학습자들의 다양한 수요만큼이나 다양한 형태의 한국어 교원 양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쉼표, 마침표.》

한국인으로서 한국어에 능통한 것과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기초부터 가르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한국어 교수법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사안은 무엇인가요?

김강희

 기자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한국인으로서 한국어에 능통한 것과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상당히 다른 문제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우선 외국인의 경우 한국어 모어 화자가 가지고 있는 ‘직관’이 부재하기 때문에 한국어의 특성과 뉘앙스들도 어렵게 느낄 수 있어요. 소리를 내는 발음의 체계와 규칙도 언어권마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고요.
 따라서 하나의 언어를 외국어로서 학습자들에게 가르칠 때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권의 특수성,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는 공손성의 여부까지도 규칙성을 찾아내어 교육의 영역에 포함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지만’과 ‘-는데’, ‘-는 반면에’를 큰 고민 없이 학습하여 사용하죠. 하지만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 학습자들에게는 ‘-지만’과 ‘-는데’, ‘-는 반면에’의 차이를 문법적 차이뿐만이 아니라 담화, 즉 의사소통의 차원에서 규칙화하여 교수할 필요가 있어요. 또 한국어의 규칙을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잘 가르치는’ 일은 교수법의 차원에서 다시 고민되어야 하는 문제예요. 말씀을 드리고 보니, 한국어교육이 안고 있는 과제들이 방대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한국어교육에서는 전통적인 국어학에서 연구해 온 언어 규칙뿐만이 아니라 어쩌면 사회과학의 영역일 수 있는 교육학, 심리학, 사회언어학 등의 영역까지도 접목하여 고민해야만 하는 요소들을 품고 있습니다. 특히 국외 현장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때는 현지 문화 등 지역학적인 요소들에 대해서도 학습을 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쉼표, 마침표.》

한국어교육 못지않게 한국어 연구기반이 강화되는 것 또한 중요한데요. 국외 대학 및 교육 기관에서 한국어를 연구하는 외국인 전문가들의 현황은 어떠합니까?

김강희

 사실 한국어교육학은 이론과 사용이 맞닿아 있는 응용 학문의 특성상 이론 연구와 현장 교육을 분리해서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국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한국어 교사들이 대학원에 진학해서 한국어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키워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국외 대학과 교육 기관에서도 외국인 한국어 전문가들이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특히 국내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현지 교원이 국외에서 한국어학 및 한국학 관련 전공을 개설하거나 학술대회 등을 조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온라인 교육이 발달하면서 국내에서 유학을 하지 않더라도 온라인 교육과정을 이수하여 국외 한국어 연구자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확산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한국어교육 보급에서 소외된 지역들도 여전히 많은데요. 예를 들어 신남방이나 신북방 같은 지역은 세종학당, 한글학교 등의 보급뿐만이 아니라 현지 대학에서의 한국어 관련 전공 개설의 비율도 상당히 높지만, 아제르바이잔이나 투르크메니스탄, 오만 등의 지역에서는 한국어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몇 개의 사설 기관을 제외하고는 교육 기관이 부재하거나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한국어 교원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에는 단지 한국어를 보급하고, 한국어 교사를 양성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그와 더불어 한국어 연구자로서 교육과 동시에 이론을 연구하고 담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현지 전문가에 대한 양성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쉼표, 마침표.》

국립국어원과 부산외대는 지난 8월에 국외 한국어 연구자를 대상으로 배움이음터 연수회를 진행했는데요.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진행되었는지요?

김강희

 아시다시피 문화체육관광부뿐만이 아니라 여러 정부 부처에서도 한국어 교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죠. 따라서 국립국어원이라는 기관의 방향과 목표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연수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바로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에 초점을 둔 연수회 교육과정의 개발 과 운영이에요. 국외 한국어 교원 양성 연수회, 재외동포 교사 초청 연수회, 해외 파견 교원 연수회, 사회통합 교원 연수회 등 기존에 진행되어 온 한국어 교사에 대한 연수회 프로그램을 분석하고, 기존에 개발되어 있던 최상위 한국어 교육과정인 『한국어 표준 교육과정(문화체육관광부고시 제2020-54호)』에 기반하여 이번 연수회를 국외 한국어 연구자의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번 연수회의 주안점이 연구 역량 강화에 있는 만큼, 연수생들의 연구 주제에 따라 지도교수와 박사 도우미를 통한 5주간의 연구 지원이 이루어졌어요. 또한 기존의 교사 양성 연수회와 달리 이번 연수회에서는 연구 동향 특강과 연구 방법론 특강을 비중 있게 구성했죠. 연구 동향 특강은 에이아이(AI) 시대의 한국어교육학에 관한 내용으로 국외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최신 동향에 대하여 연수생들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연구 방법론 특강에서는 말뭉치 활용 방법론과 Praat 등 실험음성학적 방법론 특강을 제공해서 연수생들의 연구물 창출에 도움을 주고자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론 교육과정의 경우에도 모든 연수생이 필수로 들어야 할 이론 강의와 별개로 개별 주제에 따라 필요한 맞춤형 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선택 강의를 다양하게 제공했어요. 그 결과 국립국어원의 말뭉치, 한국어-외국어 학습사전을 활용하거나 네트워크 분석 방법, 또는 Praat 등을 활용한 연구물이 최종 결과물로 만들어졌습니다.

《쉼표, 마침표.》

연수회 현장 분위기는 어떠했습니까? 재미있는 일화가 있으면 함께 이야기해 주세요.

김강희

 이번 연수회는 온라인 연수생과 오프라인 연수생들이 함께 블렌디드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주로 국내의 박사급 유학생들은 오프라인 연수생으로 참가하였고, 국외의 교수급 교원들은 온라인 연수생으로 참가했는데요. 그중에는 꼭 부산에 오고 싶어서 국외에서 국내로 먼 걸음을 한 연수생도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연수생들은 부산외국어대학교 생활관에서 합숙을 하면서 연수회에 참가했는데, 특히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고독하게 학위과정을 밟고 있던 오프라인 연수생들이 대면 연수회와 대면 연구 지도에 위로와 격려를 받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잦았습니다. 스물아홉 명의 연수생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물리적으로는 나누어져 있지만 확장 가상 세계(메타버스), 온라인 학습 관리 시스템(LMS) 등을 통해 마치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해운대 마을, 광안리 마을, 기장 마을, 영도 마을, 송정 마을 5개의 마을을 형성하여 서로 위로하고 독려하며 연수회를 지나온 것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시차도 다르고 계절도 다른데 작은 줌(ZOOM) 화면 안에서 아기를 안고 참여하는 연수생들의 열정이 부산의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고나 할까요. 부산 국립국악원에서 민요를 배우는 문화 체험을 할 때는 온라인 연수생들과 오프라인 연수생들이 한목소리로 크게 민요를 따라 부르기도 했는데요. 시공간을 뛰어넘어 소통하는 과정에서 연수생들뿐 아니라 연구진까지도 큰 감동을 받았어요.

《쉼표, 마침표.》

이번 연수회에 관해 좀 더 여쭙고자 합니다.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요? 또한 책임연구자로서 배움이음터와 관련하여 제언해 주실 점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김강희

 이번 연수회는 스물아홉 명의 온오프라인 연수생들이 참가를 했어요. 이론 강의, 특강, 주제별 세미나, 분임활동, 문화 체험, 교육 실습 등을 5주간 지원했죠. 수료 기준은 교육과정 이수 및 소논문 1편 제출이었는데요. 사실 5주라는 시간 동안에 소논문을 작성하는 것은 한국인 연구자에게도 다소 부담스러운 목표일 수 있었지만, 선발 과정에서부터 연구계획서를 받고, 연수회 시작부터 끝까지 과정 중심으로 연구 지원에 초점을 두어 운영한 결과 연수생 전원이 학술 논문을 제출하고 최종 발표회에서 자신의 연구물을 발표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일반 학술지 논문 투고처럼 익명의 심사위원 3인의 엄격한 심사를 통해 5명을 선발하여 논문 우수상도 시상하였는데요. 모든 연수생들의 연구물이 상당히 논리적으로 작성되어 우수자를 선발하는 과정 역시 치열했습니다. 그중에서 연수회 성과물을 토대로 학술지에 투고, 게재하는 사례도 거둘 수 있었죠.
 이렇게 연구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둔 국외 한국어 연구자 연수회는 체계적인 교육 실습으로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지원했어요. 가장 적합하고 우수한 교수진을 각 과목의 담당 교수진으로 섭외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국립국어원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또한 연수회에서는 국립국어원 누리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자원에 대한 자세한 안내도 이뤄졌는데요. 이 같은 자원이 국외에서 한국어 연구자로서의 전문성을 다지는 데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국외에서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접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앞으로도 국립국어원을 통해 한국어학, 그리고 한국어교육학에 대한 연구 역량 강화 연수회가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운영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쉼표, 마침표.》

오늘날의 한국어 열풍을 꾸준히 지속하려면 수준 높은 한국어 교육 개발이 필수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한국어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효과적인 방법을 궁리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와 관련하여 부산외대 한국어교육학과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김강희

 부산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학과는 부산 지역에서 학부부터 한국어교육학 전공이 개설되어 있는 유일한 학과예요. 그만큼 오래전부터 한국어교육을 해 왔고, 또 학교 차원에서도 한국어교육과 관련한 대내외 사업을 많이 해 오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국외 한국어 연구자 배움이음터에서도 활용한 바 있는데,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확장 가상 세계를 활용하여 국외 한국어 학습자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배움이음터에서도 확장 가상 세계 워크숍을 통해 캠퍼스 투어를 하고, 국립국어원 전시실을 관람하였으며, 한국어 학습자들끼리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 바 있는데요. 이러한 노력이 우리 한국어 학습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제고시켜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부산외국어대학교는 외국어 특성화 대학이라는 강점을 살려 한국인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이 서로에게 자신의 나라 언어를 가르치며 소통하는 탄뎀 교수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오고 있어요. 배움이음터에서도 생활과 학습을 돕는 한국인 조교들과 박사 도우미의 역할이 크게 작용을 하였는데요. 이렇게 한국인 모어 화자와 협력하여 한국어를 학습할 수 있는 방안 과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한국어교육 개발에서 중요하다고 봅니다. 전 세계 한국어 학습자들이 한국어교육이라는 구심점으로 하나의 ‘우리’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죠.

《쉼표, 마침표.》

한국어교육 연구자로서 고심을 품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어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에 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강희

 제가 감히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질문인 것 같아요. 한국어교육은 사실상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큰 성장을 거듭해 온 학문입니다. 후배이자 제자의 위치에서 바라보았던 한국어교육 선배들의 용감한 걸음이 아마도 저와 같은 후배 연구자들을 키워 낼 수 있었던 동력이지 않을까요? 가령 국립국어원 누리집에는 11개 언어로 번역되어 있는 <한국어-외국어 학습사전>이 제공되고 있는데, 전 세계에서 이렇게 한 가지 언어를 동시에 이중언어 웹 사전으로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는 사례는 국립국어원 <한-외 학습사전>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고 있는 모두의 말뭉치 역시 다른 언어권의 말뭉치 구축 현황과 비교할 때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큼 단기간 안에 규모나 품질 면에서 성장을 거듭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노고를 오랜 시간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향후 한국어교육이 독립적인 학문으로서의 체계와 내실을 더욱 다져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는 다짐으로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이번 국외 한국어 연구자 배움이음터에 애정을 가지고 임한 것도 이러한 저의 결심과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잠시 불다 그치는 바람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되게 하기 위해서는 다변화되고 있는 현장을 이해하면서도 표준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이론은 사용 앞에, 사용은 이론 앞에’라는 말이 어쩌면 불가능해 보이면서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지향점이지 않나 싶습니다.

《쉼표, 마침표.》

한국어 교육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김강희

 길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한국어교육을 시작하면서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떠나온 길이 곧 다시 돌아가는 길이 되듯, 한국어교육자의 길을 걷고자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밖으로 향했던 그 길이 결국에는 내 안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임을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외국어에 대한 동경, 외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한 한국어교육이 돌고 돌아 한국어와 한국 문화, 그리고 한국어 교사라는 나 자신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으로 이어질 것이니까요. 국외 한국어 교육자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한국어라는 새로운 언어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한 한국어 교육자라는 길이 결국에는 자신의 언어와 문화, 가치관을 다시금 생각하고 발견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고로 한국어 교육자로서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저는 그것이 ‘내 안의 너, 네 안의 나’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 안의 너, 네 안의 나를 발견할 때, 우리는 언어와 문화를 우열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소통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학습자를 가르치고 변화시키는 것에서 나아가 학습자로부터 배우고 변화될 수 있는 한국어 교사, 정답을 일방적으로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정답이 없는 언어와 문화의 세계에서 학습자와 함께 언어의 실체에 다가서는 용기를 가진 한국어 교사, 저는 개인적으로 그러한 교사이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한국어교육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너와 나를 잇고, 세계를 잇는 이음터가 되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쉼표, 마침표.》

교수님과 부산외대 한국어교육학과가 앞으로 펼칠 일들이 궁금합니다.

김강희

 먼저 부산외대 한국어교육학과에서는 온라인 한국어 교육과정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상의 외국어 학습뿐만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온오프 연계 교육(블렌디드 러닝)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이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여 교수·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고, 디지털 감수성이 높은 엠제트(MZ)세대의 성향에도 부합하는 방식이죠. 다만 이 경우 전통적인 교실과 달리 온라인상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모색이 필수적이고, 중도 이탈자를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부산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학과는 온라인 교실을 확대하되, 교사와 학습자, 학습자와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을 증대하고 학습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하여 확장 가상 세계, 학습 관리 시스템 등을 활용한 소통 중심의 온라인 한국어 교실을 구축하고 보급하는 데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또 개인적으로 저는 국외 한국어 연구자 배움이음터와 함께한 여름의 뜨거움을 이어 나가고자, 한국어교육학을 전공하는 외국인 석박사생들과 연구 모임을 통해 상호문화주의에 입각한 한국어 대조언어학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번 학기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수학하는 부산외대 한국학 대학원에서 한국어교육학과 관련한 강의을 하고 있는데요. 이제껏 활발히 논의되어 왔지만 구체적으로 언어화되지는 못했던 화행 대조에 대해 연구하고 저서를 집필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국외 한국어 연구자들과 소통하고 그 안에서 형성되는 담론들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나누는 일에 힘쓰고자 합니다. 아마 올여름 국립국어원 국외 한국어 연구자 배움이음터에 참여했던 연수생들, 지도교수님과 박사 도우미들, 연구진이 모두 결이 비슷한 열망을 가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우리가 한국어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소중히 여기며 각자의 자리에서 연구에 매진하는 한, 부산에서 함께했던 여름날의 뜨거운 배움이음터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요. (웃음)

글/사진: 강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