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화살표
  • 국어 배우기
  • 화살표
  •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책 그림
  •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 행복과 복, 같은 듯 다른 쓰임새

  •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은 대학 간판과 연봉, 그리고 좋은 집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여긴다. 또 다른 사람은 권력을 손에 쥐면 행복할 거라고 여기며 평생을 분투한다. 인생은 ‘한 방’, 행복도 ‘한 방’에 결정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사람의 소원이 로또 1등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편 가족, 연인, 친구 같은 친밀한 인간관계가 진정한 행복의 비결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는 일과 같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여 이르는 말)’을 강조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사람들이 바라는 행복에는 이처럼 정해진 답이 없다. 행복을 찾아가는 길은 수천 개일지라도 행복이 무엇인지는 단 한 줄로 정리할 수 있다. ‘행복’은 즐겁거나 기뻐서 삶이 만족스럽다고 느끼는 상태를 가리킨다. 하지만 즐거움이나 기쁨 자체가 행복은 아니다. 행복은 즐거움, 기쁨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삶이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여겨지는 상태를 일컫는다. 다시 말해 삶에서 환희와 만족을 느끼는 상태가 행복이다.

 행복과 함께 사람들이 추구하는 개념인 ‘복’은 삶에서 누리는 좋은 운수를 가리킨다. 만약 재물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재물 복을 타고난 것이고, 몸이 아주 건강하다면 건강 복을 타고난 것이며, 어느 곳을 가든지 음식이 풍족하다면 먹을 복을 타고난 것이다. 한마디로 복은 삶을 만족스럽고 활기차게 해 주는 상서로운 힘이다. 행복과 복은 누구나 바라는 좋은 것이지만 몇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첫째, 행복은 주관적인 감정인 반면 복은 객관적인 현상이다.

㉮ 행복을/복을 빌다.
㉯ 두 사람은 지금 달콤한 행복에/복에 젖어 있다.

img1

 행복을 바라는 일과 복을 바라는 일이 서로 비슷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엄밀히 살펴보면 이들은 서로 구별되는 행위이다. 가령 자식의 행복을 비는 일을 생각해 보자. 이는 자식이 자기 삶에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식이 복을 받기를 비는 일은 자식이 출세를 하거나 좋은 배우자를 만나거나 돈을 많이 벌기를 기원하는 일이다. 또한 행복은 주관적 감정 상태이므로 그 느낌에 도취될 수 있지만 복은 감정이나 기분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이므로 그럴 수 없다.
 둘째, 행복이 마음먹기에 따라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라면, 복은 생래적으로 가지는 것이거나 초월적 존재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다.

㉰ 감사하며 사는 것이야말로 행복의/복의 비결이다.
㉱ 새해 복/행복 많이 받으세요.

img1

 가진 것이 없어도 감사하며 사는 삶이 행복의 비결일 수 있지만 복의 비결일 수는 없다. 복은 행복과 달리 자기 의지로 선택할 수도, 욕망을 내려놓음으로써 얻을 수도 없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불가사의한 힘에 의해 주어질 뿐이다. 따라서 새해 첫날 덕담으로 복 많이 받으시라는 말은 가능하지만 행복 많이 받으시라는 말은 어색하다.

 셋째, 행복은 ‘-하다’와 결합하여 형용사를 파생하나 복은‘-되다’와 결합하여 형용사를 파생한다. 상태성이 있는 일부 명사나 어근 등에 ‘-하다’가 붙어서 형용사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행복하다’가 그러하고, 일부 명사나 어근, 부사 등에 ‘-되다’가 붙어 형용사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복되다’가 그러하다. ‘행복하다’가 즐겁거나 기뻐서 삶이 만족스럽다고 느껴지는 상태에 있는 것이라면, ‘복되다’라는 복을 받거나 누리고 있어 즐거움이나 기쁨을 느끼는 상태에 있는 것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 행복을 얘기한다. “나는 또 한 번 행복이란 포도주 한 잔, 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다 소리처럼 단순하고 소박한 것임을 깨달았다. 필요한 건 그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는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행복은 내가 오롯이 느껴야만 하는 것이다. 조건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것이며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에 가깝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도 어느덧 지나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풍요와 결실의 계절인 만큼 모두가 어느 때보다 다양한 행복의 파편을 우리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글: 강은혜

※ 참고 자료

안상순, 『우리말 어감 사전』, 도서출판 유유,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