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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 불법과 위법과 범법, 같은 듯 다른 쓰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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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7일은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 및 공포된 것을 기념하는 제헌절이다. ‘법’은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을 뜻하는 말로 국가 및 공공 기관이 제정한 법률, 명령, 규칙, 조례 등이 있다. 법을 어기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는 ‘범법’, ‘위법’, ‘불법’이 있다.

가. 불법/위법/범법 행위
나. 불법을/위법을/범법을 저지르다.

 불법 행위와 위법 행위, 범법 행위는 모두 법을 어기거나 법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점에서 뜻이 비슷하다. 또한 불법을 저지르는 것과 위법을 저지르는 것, 범법을 저지르는 것 사이에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러나 다음의 예에서 세 단어 간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다. 불법/위법/범법 주차
라. 불법/위법/범법 건축물
마. 범법자로/불법자로/위법자로 낙인찍히다.

 ‘불법 주차’는 자연스럽지만 ‘위법 주차’나 ‘범법 주차’는 그렇지 못하고, ‘불법 건축물’과 ‘위법 건축물’은 자연스럽지만 ‘범법 건축물’은 그렇지 못하다. 또한 ‘범법자’는 자연스럽지만 ‘불법자’나 ‘위법자’는 그렇지 못하다. ‘범법’이 막연히 법을 어기는 행위를 가리키는 데 비해, ‘위법’은 적법하지 못한 상태, 곧 특정 법의 내용에 들어맞지 않는 상태를 가리키고, ‘불법’은 합법이 아닌 상태, 곧 특정 법을 위반한 상태를 가리킨다.

 부연하자면 불법 주차는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주차를 가리키고, 불법 건축물은 건축법에 따른 사용 승인을 받지 않고 지은 건축물을 가리키며, 위법 건축물은 건축법에 따른 사용 승인은 받았으나 사후에 법을 위반해 증·개축이나 용도 변경 등을 한 건축물(법률적으로는 ‘위반 건축물’이라고 한다.)을 가리킨다. 또한 범법자는 특정 법과 상관없이 법을 어긴 사람을 포괄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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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학에서는 위법과 불법을 좀 더 엄밀하게 구별한다. 위법은 어떤 행위가 법질서 전체(실정법 전체와 사회 상규)와 모순된 관계에 있는 상태를 뜻하고, 불법은 어떤 행위가 특정 법 규범에 어긋나는 상태를 뜻한다. 위법성의 관념에서는 어떤 행위가 위법인지 아닌지만 판단할 뿐, 범죄의 질과 양을 따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한 명을 다치게 하든지 열 명을 다치게 하든지 똑같이 위법하다.

 그렇지만 불법의 경우에는 행위마다 질과 양이 다르게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한 명을 다치게 한 것보다 열 명을 다치게 한 것이 죄질이 중하게 취급되고, 고의에 의한 불법인지 과실에 의한 불법인지에 따라 양형이 달라진다. 또한 불법은 법률마다 달리 적용되므로, 민법상의 불법이 형법상의 불법이 아닐 수 있다. 가령 채무 불이행은 민법에서는 불법이지만 형법에서는 불법이 아니다.

글: 강은혜

※ 참고 자료

안상순, 『우리말 어감 사전』, 도서출판 유유,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