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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 사사와 사숙,
    같은 듯 다른 쓰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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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가 진나라를 지나갈 때 있었던 일이다. 공자는 진나라에 오기 전 어떤 사람에게서 구슬을 하나 얻었다. 그 구슬은 아주 진귀한 것으로 구슬 안에 아홉 번이나 굽이진 구멍이 있었다. 공자는 그 구멍에 실을 꿰어 보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어느 날 공자는 길옆에서 뽕잎을 따고 있는 아낙을 보고 묘수를 떠올렸다. ‘바느질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아낙에게 방법을 물으니 ‘꿀을 생각해 보라’라는 말이 돌아왔다. 이에 공자는 개미 한 마리를 붙잡아 허리에 실을 묶고, 한쪽 구멍에 넣었다. 그 다음 구슬 다른 한쪽 구멍에 꿀을 바르고 기다렸다. 꿀 냄새를 맡은 개미는 곧 구멍 속으로 들어가 반대편 구멍으로 나왔다. 드디어 구슬을 꿰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고사는 모르는 것을 배우는 데 나이나 지위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불치하문(不恥下問), 누구에게나 부끄러워하지 말고 배움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세상은 놀라울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어 이에 적응하려면 배움이 필수다. 끊임없는 배움으로 자기 한계를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스승이다. 스승 없이는 자기 한계를 자각하는 일도, 자기 한계를 넘어서는 일도 수월찮다. ‘사사’나 ‘사숙’은 어떤 이를 스승으로 섬긴다는 점에서 같다. 그런데 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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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그는 당대의 명창들에게 [사사를/사숙을] 받아 자기만의 소리를 만들어 냈다.

 사사는 스승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는 것이지만, 사숙은 마음속으로만 스승으로 섬길 뿐 직접 가르침을 받지는 않는 것이다. 곧 스승에게 사사를 받을 수는 있지만 사숙을 받을 수는 없다. 사사는 대체로 예술이나 기예 등을 익힐 때 택하는 방식을 가리키는데, 도제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사숙은 스승으로 섬길 이를 현실적으로 만날 수 없거나 만나기 어려워 그의 작품이나 책, 행적 등을 통해 사상이나 지향하는 바를 본받는 일을 가리킨다. 한편 파생어 ‘사사하다’, ‘사숙하다’는 다음의 예에서 서로 다른 문형 구조를 가진다.

나. 이날치는 박유전을 사사하여 판소리 서편제를 계승했다.
다. 김소월은 김억에게서 시를 사사하였다.

 ‘나’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스승으로 섬겨 가르침을 받다’라는 뜻으로 ‘ㄱ(인물)이 ㄴ(인물)을 사사하다’의 문형을 보여 준다. ‘다’는 ‘어떤 사람이 스승으로 섬기는 사람에게서 무엇을 배우다’라는 뜻으로 ‘ㄱ(인물)이 ㄴ(인물)에게서 ㄷ(시, 예술, 기예)을 사사하다’의 문형을 보여 준다.

라. 시인 김춘수는 릴케를 사숙하여 존재 탐구의 시를 썼다.

 ‘라’는 ‘어떤 사람이 학문이나 예술 등에 뛰어난 사람을 마음속으로 스승으로 삼아 본받아 배우다’라는 뜻으로 ‘ㄱ(인물)은 ㄴ(인물)을 사숙하다’의 문형을 보여 준다. 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많은 이들이 은사를 찾아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 진정한 배움은 스승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뜻에서 진정한 고마움이란 스승에게 배운 것을 잘 익혀서 스승보다 더욱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글: 강은혜

※ 참고 자료

안상순, 『우리말 어감 사전』, 도서출판 유유,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