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그리고 사람
우리말, 그리고 사람

우리말, 그리고 사람 점자! 시각 장애인의 평등한 문자 생활을 이끌다
조선대학교 김영일 교수

지난 11월 4일은 법정 기념일로서 맞는 첫 ‘한글 점자의 날’이었다. 작년 12월 「점자법」이 개정되면서 언어 관련 법정 기념일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이다. 한글 점자의 날은 1926년 11월 4일 송암 박두성 선생이 한글 점자를 발표한 것을 기리는 날로 올해 95돌을 맞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11월 1일부터 7일까지 ‘한글 점자 주간’을 운영하고 기념식·점자 발전 유공자 표창 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쉼표, 마침표≫에서는 한글 점자의 날을 맞아 김영일 교수를 만나 봤다.

교수지만, 시각 장애인입니다

<<쉼표, 마침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간단한 소개와 함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김영일

 안녕하세요.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특수교육과 교수 김영일입니다. 교수인데 두 눈의 시력이 전혀 없는 시각 장애인 교수입니다. 시각 장애인인데 교수인 것이 아닙니다. 연세대학교에서는 교육학을 전공하며 학사와 석사 과정을 거쳤고, 미국 밴더빌트대학교 박사 과정에서는 특수교육학을 전공했습니다. 조선대학교 특수교육과에서 시각 장애 학생 교육, 점자 및 보행 실습, 특수교육 교육과정론, 특수아 영어 교육, 특수아 음악 교육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2015년 이후 4년 동안 국립국어원 점자 규범 정비 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쉼표, 마침표.>>

언제 시각 장애가 생기셨는지, 점자는 어떻게 배우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영일

 생후 8·9개월경 선천녹내장 진단을 받았습니다. 선천녹내장은 눈의 발육 이상으로 안구 내 방수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안압이 높아져 생기는 질병입니다. 녹내장은 보통 노화와 관련되어 나타나는 질병인데 드물게는 영아·어린이에게서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선천녹내장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시력이 남아 있어, 저시력 상태로 생활했었는데 7살 때 집 앞에서 친구와 놀다 돌길에 넘어져 안구가 파열됐습니다. 전국에 있는 안과를 다 돌아다녔지만 시력을 회복할 수 없었죠. 다행히도 전라남도 목포의 한 안과 원장님이 시각 장애 특수학교를 부모님께 소개해 주셨고, 시각 장애 특수학교에 입학해 1학년 1학기에 점자를 처음 배웠습니다. 여름방학이 시작됐을 무렵에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준의 교과서나 학습 자료를 점자로 읽고 썼던 기억이 납니다. 점자 부호를 외우고, 손으로 만져 보고, 점판과 점필을 다루던 기억이 나는데요. 어렵지 않게 3개월 만에 점자를 배웠습니다.

▲ 점자 필기구인 점판과 점필

<<쉼표, 마침표.>>

선생님께서는 박사 과정까지 마치셨는데요, 학업에 필요한 점자책이 충분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김영일

 늘 점자책이 없는 게 아쉬웠습니다. 초중고등학교 시절, 점자로 된 교과서를 받긴 했지만, 공부를 교과서만으로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점자로 된 참고서, 전과, 시험 문제집 등이 없어서 필수 교재는 직접 필사해 점자로 된 교재를 만들어서 봤습니다. 교육학과를 전공하던 학부 시절에도 점자로 된 전공 서적이 없어서 다른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오녹내미말(‘오늘의 녹음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의 줄임말)’이라는 동아리를 결성해 대략 스무 명 정도의 친구들이 전공 서적을 읽어 녹음해 저에게 주면 녹음 테이프를 들으며 공부했습니다. 저는 청각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점자로 공부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어서 점자를 선호했지만 어쩔 수 없이 녹음 테이프 도서를 들으며 어렵게 공부해야 했지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90년대 중반에는 점자정보 단말기가 나오면서 점자 자료를 과거보다 쉽게 확보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박사 과정을 마치고 나서는 미국에 정착하지 않고, 제가 배운 학문을 통해 저와 같은 시각 장애인들이 더 많은 권리를 누리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하는 바람으로 한국에 돌아왔고 2001년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특수교육과 교수로 임용됐습니다.

한글 점자는 더 쉽게 변화한다

<<쉼표, 마침표.>>

아직 한글 점자가 낯선 사람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김영일

 점자는 별도의 문자 체계입니다. 눈이 아니라 손가락끝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한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적습니다. 선(획) 중심의 문자가 아닌 점 중심의 문자이며 점 여섯 개로 약속된 체계이죠. 점자는 언어에 따라 각각 다르지만 여섯 개의 점을 체계적으로 조합해서 사용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점자를 처음 고안한 사람은 프랑스의 시각 장애인 루이 브라유(Louis Braille)입니다. 1829년 점자를 발표했고, 루이 브라유 사후인 1878년 공인되어 전 세계에서 쓰이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1897년에 4점형 점자가 도입됐는데, 1913년 조선총독부 제생원 맹아부(현재의 서울맹학교) 교사였던 박두성 선생이 6점형 점자인 한글 점자를 1920년부터 6년간 연구한 끝에 1926년 11월 4일 최초의 한글 점자인 ‘훈맹정음(訓盲正音)’을 발표했습니다. 훈민정음이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면 훈맹정음은 ‘맹인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입니다.
 점자도 문자이니만큼 당연히 변화했는데요. 처음에는 시각 장애인 교사나 일부 비장애인 등 민간에서 정립했고 후에는 조선어 점자 연구회, 1997년에는 문화관광부의 고시로 공인화되면서 2006년에 1차, 2017년에 2차로 개정됐습니다. 현재 쓰이고 있는 점자는 2020년에 3차로 개정된 점자 규정입니다.

▲ 김영일 교수 연구실에 있는 박두성 선생 흉상

<<쉼표, 마침표.>>

점자를 배우기에도 적정 연령이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후천성 시각 장애인은 배우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영일

 시각 장애는 발생 시기를 기준으로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선천성 시각 장애인은 후천성 시각 장애인보다 상대적으로 점자를 배우기가 조금 더 쉽고, 후천성 시각 장애인은 이보다는 어렵습니다. 점자를 직접 지도해 본 경험이 풍부한 교사들은 15~18살 이전과 이후 점자를 배우는 데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물론 사람마다 점자를 배우려는 태도나 의지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합니다.
 시각 장애인들은 점자를 지식 정보에 접근하는 유일한 문자로 생각하기보다 시각 장애 정도나 자료 활용 목적에 따라 선택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받아들이면 좀 더 점자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선천성 시각 장애인은 점자 위주로 청각과 더불어 정보를 습득하고, 후천성 시각 장애인은 청각을 중심으로 점자를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것인데요. 때로는 점자로 때로는 청각으로 습득하기 유리한 정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이름이 영어라면 듣는 것보다 점자로 알아보는 것이 더 정확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시각 장애의 정도에 따라서는 시력이 전혀 없는 맹인과 시각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일부 사용할 수 있는 저시력인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저시력인은 일반 문자를 사용하는데 이 중에는 시력이 점점 저하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일반 문자를 긴 시간 동안 읽지 못하기 때문에 점자를 함께 사용하면 좋습니다. 점자가 시력이 나빠지는 상황을 대비하는 방책인 것이죠.
 요즘은 시각 장애인 중에서도 시각 중복 장애인(시각 장애에 지적 장애와 언어 장애, 청각 장애 따위의 다른 장애가 중복된 사람)이 늘고 있는데요. 이분들은 앞서 설명한 후천성 시각 장애인, 중도 시각 장애인보다 점자를 익히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시각 중복 장애인 또한 생활 속에서 점자를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승강기에 적혀 있는 ‘상, 하, 숫자’ 정도는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쉽지 않으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점자 표기 방법을 좀 더 단순화해서 점자를 가르쳐야 합니다.
 점자 대신 음성으로 들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저는 점자가 시각 장애인들에게 훌륭한 정보 접근 매체이며, 디지털 기술과 접목되면 활용도가 높다는 점에서 반드시 익혀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어를 배우면 훨씬 더 다양한 외국의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처럼 점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점자를 하나의 문자로 받아들임으로써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 점자 정보 단말기

<<쉼표, 마침표.>>

정보화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 점자 생활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요?

김영일

 시각 장애는 정보 장애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오늘날, 변화에 동참하지 않으면 시각 장애인은 또 다른 소외 계층이 될 수 있습니다. 점자가 디지털 세계에 적응해야 하고, 동시에 아날로그 시대에서 해결하지 못한 것들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점자 영한사전은 제 양팔을 옆으로 벌려도 그 부피가 모자랄 정도로 매우 큽니다. 그런데 영한사전을 다 담을 수 있는 점자 정보 단말기가 나오면서 휴대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에 시각 장애인들이 정보 접근에 장애가 됐던 장벽이 허물어지고, 점자가 그 수단이 되고 있는데요. 점자에 디지털이 접목된다면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정보 접근이 편리해집니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점자를 바꿔야 하고, 그 전에 실생활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것들도 바꿔 나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일상에서 자주 활용하는 현금 인출기나 무인 안내기에도 점자 정보 단말기의 기능을 추가해야 합니다. 현재 음성으로 지원되고 있긴 하나 시각 장애인 스스로 혼자 기계를 이용할 수가 없는 단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면 점자로 시각 장애인이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개인적인 업무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바깥으로 관심을 옮기다

<<쉼표, 마침표.>>

2011년에는 국립장애인도서관 지원센터에서 근무하셨습니다. 잠시 강단을 비우신 계기가 무엇인지, 그때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영일

 2008년 우리 학과에 다니던 시각 장애 학생이 점자 전공 서적이 제공되지 않는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적이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제자를 살피지 못한 저를 반성하며 학교 바깥을 내다보기 시작했고, 3년 후 국립장애인도서관 지원센터 공개 모집에 응시해 소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세 가지에 역점을 기울여 서비스를 개편했습니다. 첫 번째는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시각 장애인에게 필요한 도서를 우선으로 제작해야 한다는 점, 두 번째는 전국에 있는 39개 점자도서관의 점자 도서를 통합적으로 검색하고 자료에 접근하는 국가 대체 자료 공유 시스템인 ‘드림(DREAM)’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 세 번째는 시각 장애인뿐만 아니라 청각 장애인, 발달 장애인 등 다른 유형의 장애인에게도 도서 정보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드림’이 개발되는 과정을 관리하다가 다시 조선대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쉼표, 마침표.>>

2016년에서는 국립국어원 점자규범정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시고 한글뿐만 아니라 수학·음악·과학 등 수학·과학·컴퓨터, 음악 등 분야별 점자 규정 개정 작업을 총괄하셨습니다. 분야별로 점자가 따로 필요한가요?

김영일

 점자에는 한글을 표현하는 점자가 있고 음악, 수학, 과학, 컴퓨터 등 각 영역만을 위한 점자가 또 있습니다. 해당 전문 분야의 시각 장애인을 위원으로 구성해 용어뿐만 아니라 수학·과학에서 쓰는 기호, 음악에서 쓰는 악보의 점자 규정 개정 작업을 다른 위원들과 함께 수행했습니다.
 점자는 궁극적으로 시각 장애인의 정보 접근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기초입니다. 전문 분야의 점자 연구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성과가 축적되어야 발전하지요. 점자규범 정비위원회는 각종 분야의 점자를 보완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게 개정하는 역할을 계속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점자법」이 2017년도부터 시행되고 있고, 「점자법」에 근거한 「점자발전기본계획」은 2019년부터 시행되어 「점자발전기본계획」에 따라 점자와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점자, 디지털과 만나면 미래는 맑음

<<쉼표, 마침표.>>

선생님께서는 점자 교육 관련 전문 인력 양성을 특히 강조하고 계십니다. 그 이유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김영일

 10년 전부터 많은 사람이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점자도 자동화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럴 가능성은 분명히 있으나 점자 기술 개발의 필요성은 절실한 데 비해 이윤을 남길 만큼 시장이 넓지 않아 점자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가 적습니다. 기술 발전이 느리므로 점자로 자료를 제작하거나 지도하는 전문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고, 또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분명 사람이 해결해야 하는 분야가 있을 겁니다.
 그래서 한때는 점자 지도사를 별도로 양성하는 방법을 생각했는데요. 시각 장애인 수가 많지 않고, 점자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해도 취업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점자법」이 제정되면서 제18조 점자 관련 전문 인력의 자격 부여 등에 따라 전문 인력에 대한 조항이 생겼는데 그렇다면 국가 공인 자격을 갖춘 점역교정사(시각 장애인이 촉각을 이용하여 도서를 읽을 수 있도록 일반 문자를 점자로 번역하고 교정하는 사람)가 점자를 지도해 보는 것은 어떨지 상상해 봤습니다. 점역교정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해 점자까지 지도할 수 있도록 하고 취업과 연결한다면 시각 장애인 학생들이 좀 더 깊이 있게 점자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겁니다.

<<쉼표, 마침표.>>

앞으로 점자와 관련된 정책이나 제도가 나아가야 할 길을 말씀해 주세요.

김영일

 우리나라에는 「점자법」이 제정되어 있고 국립국어원 특수언어진흥과가 점자 정책 시행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점자법」 제4조 점자의 효력 및 차별 금지에 따르면 “점자는 한글과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사용되는 문자이며, 일반 활자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공공기관 등은 입법·사법·행정·교육·사회문화적으로 점자의 사용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법을 만들기보다는 「점자법」의 목적과 기본 이념에 따라 충실히 시행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자 제도는 앞으로 대중화, 국제화, 디지털화를 이뤄야 합니다. 대중화를 위해서는 점자 규정을 좀 더 쉽게 바꿔야 합니다. 시각 중복 장애인, 저시력자, 중도 시각 장애인도 점자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점자 규정안이 필요합니다.
 국제화를 위해서는 수학, 악보 등 전문 기호를 국제 기준에 맞춰 수정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수학 점자는 미국의 수학 점자와 다른데요. 시각 장애인도 국내 점자로만 수학 자료를 읽을 것이 아니라 외국의 수학 자료도 활용하여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국가가 점자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19세기에 태어난 점자가 20세기에 생명을 유지하다가 21세기에 이르러 사라질 것인지 생명을 연장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변화해 온 점자를 장구한 문자로 남길 것인가의 갈림길에는 디지털화가 큰 열쇠로 작용할 것입니다.
 점자에 대한 인식 또한 중요합니다. 비장애인은 점자를 시각 장애인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나 복지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일반 문자와 동등한 효력을 지닌 문자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시각 장애인도 점자를 받아들이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시각 장애인 본인이나 가족 중에는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해 점자를 거부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시각 장애인이 점자로 잘 사용한다면 정보에 접근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높아지고 이것이 곧 삶을 더 좋게 바꿀 수 있습니다.

▲ 점자로 쓴 ‘점역교정사’

<<쉼표, 마침표.>>

참으로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지요?

김영일

 미국까지 가서 학문을 이어 간 이유는 당시 시각 장애인이라고 하면 안마사, 복지단체의 직원, 특수학교 교사 등 직업이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각 장애인이 권리를 누리고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겠다는 다짐으로 학문을 연구했고, 학교를 잠시 떠나기도 하고 외부 활동을 병행하며 시각 장애인의 삶이 더 나아지는 방법에 몰두해 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방만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롭게 생각하고 배우는 것이 많았으니 스스로에게는 괜찮다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요. 제 신념을 그대로 지켜 나가면서 시각 장애인의 삶을 더 좋게 바꾸고 싶습니다. 그리고 개인 김영일의 삶에서는 몸무게를 좀 줄여 볼 계획도 있습니다. (웃음)

글: 고승희
사진: 김영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