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한국어 열풍
폴란드의 한국어 열풍

폴란드의 한국어 열풍 폴란드에서 불고 있는
한글·한국어 배우기 열풍

 20세기 초 외세의 침략으로 큰 아픔을 겪었던 폴란드와 한국. 그래서 그런지 두 나라는 정서적으로 서로 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먼저 내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학 전공을 선택했을 당시만 해도 나는 내가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치 대학교에서 한국어문학과장으로 재직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2003년 대학에 입학했을 때 한국어나 한국에 대해서 나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당시의 나는 ‘졸업이나 할 수 있을까?’, ‘한국어문학을 전공하는 것이 나에게 어렵지는 않을까?’, ‘내가 옳은 길을 선택한 걸까?’ 고민을 했었다. 그렇지만 수업 시간에 한글을 배우면서 조금 더 깊이 공부하고 조금 더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연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때의 나는 한국어문학과의 1기 입학생이었다. 한글은 외우기는 쉬운데 발음과 문법이 어려웠다. 교재도 부족하고 폴란드어-한국어 사전도 없었다. 정말 힘든 시기였다. 그렇지만 열심히 공부했다.

 졸업할 때가 다가오자 ‘졸업하면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수없이 고민을 했다. 장고 끝에 한국으로 유학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되었고 한국에서 10년 동안 공부하면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에 다시 폴란드의 모교로 돌아왔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장소원 교수님 밑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지도 교수님의 은혜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이제 교편을 잡았으니 받은 지식을 전달해야만 한다.

▲ 서울대학교에서 석사모를 쓴
파베우 키다 교수와 졸업을 축하하는 동학들

 2003년 아담 미츠키에비치 대학교에서 내가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을 때 원어민 강사는 두 명이 있었고 현지인 교수는 없었다. 한국어와 폴란드어의 미묘한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공부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교수진은 7명이며 이 중에서 두 명이 한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이다. 전문가는 많이 늘었지만 교재가 부족한 문제는 계속 남아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덕분에 매년 책들이 몇 권씩 들어온다.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학생들의 졸업 논문 연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자료 덕분에 학생들은 학교에서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 미술, 종교, 역사, 교육, 경제 등에 대한 전문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 폴란드에서 출간된 한국문학 서적들.
왼쪽부터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김하영 단편소설선>,
한강의 <채식주의자>,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

 폴란드에서 한국어 교육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이다. 폴란드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도 출판되었고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학 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2018년에는 아담 미츠키에비치 대학교 한국어문학과 설립 15주년을 맞아 ‘전국 폴란드 한국학자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폴란드의 한국학자 협회’를 설립하였다. 모든 폴란드의 한국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회의하며 한국학의 미래를 토론할 수 있는 장이 열린 것이다. 현재 폴란드에서는 국립 대학교 다섯 곳에서 한국학을 연구하고 있고 곳곳의 사립 대학교나 어학원에서도 한국학과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아담 미츠키에비치 대학교 한국어문학과 학생들은 사물놀이 동아리, 부채춤 동아리, 소고 동아리를 결성하여 폴란드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공연을 하고 있다.

▲ 전국 폴란드 한국학자 학술대회

 폴란드에서의 한국어문학은 이제 서막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의 2020-2021년도 입시에서 한국어문학 전공에 지원한 학생은 630명이었지만 그중에서 25명만 선발되었다. 25대 1이라는 경쟁률은 교내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올해(2021-2022년도)도 620명이 지원을 했지만 24명만 선발하였고 지원 경쟁률 1위를 차지하였다.

 폴란드 젊은이들이 한국어를 전공으로 선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한국 가수나 배우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한류의 인기는 매우 높다. 어릴 때부터 한국 노래를 듣고 가사를 따라 부르기는 하지만 무슨 뜻인지 몰라서 스스로 한국어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더 전문적으로 배우려는 열망으로 대학교에 진학해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하나는 취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의 대기업이 폴란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취직의 기회가 넓어지고 있다.

▲ 2017년부터 폴란드 국영방송에서 절찬리에 방영 중인
<Teraz Kpop!(지금은 케이 팝!)>

 한국학을 전공하려면 인내심과 성실함이 필요하다. 비대면 수업으로 힘든 시기에도 실용 한국어, 한국문학, 한자, 일반 언어학, 역사 등등 많은 수업을 이수해야 한다. 교수들도 비대면 수업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드라마 ‘킹덤’이나 방탄소년단의 노래 같은 대중문화를 활용한다. 이렇게 하면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학생들의 정신적 피로와 근심을 풀어 줄 수 있다. 또 언론을 통해서 한국의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수업 시간에 토론하며 한국어 실력을 늘리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아담 미츠키에비치 대학교 한국어문학과는 폴란드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학과가 되었다. 2021년에는 폴란드 ‘미래의 전공’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즉, 폴란드에 있는 대학교의 수많은 전공들 중에서 본교의 한국어문학과가 최고의 학과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학생들

 학교의 활동은 한국어 교육에 중점을 두어야 하지만 다른 활동도 간과할 수가 없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고 함께 모여서 사물놀이나 부채춤 같은 한국 민속놀이 공연을 준비한다. 일 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한국 문화의 날’ 행사를 위해서이다. 학생들은 한국 문화의 알림이가 되어 시민들과 함께하는 공연과 체험 활동(한국 전통 악기 배우기나 한국 전통 음식 맛보기 등)들로 폴란드에 한국을 알리고 있다. 그 덕분인지 이제 김치라는 단어는 폴란드에서 낯설지 않은 말이 되었고 폴란드어 사전에도 등재가 되어 있다.

▲ 폴란드어 사전에 등재된 김치(kimchi)

▲ 아담 미츠키에비치 대학교 한국어문학과장으로 재직 중인 파베우 키다 교수

 한국어문학과는 이렇게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남은 과제가 많다. 첫째,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사회나 경제가 계속 빠르게 변하고 있으니 그에 맞추어 끊임없이 연구하며 개선해 나가야 한다. 둘째, 도서관에 한국학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시급하다. 전문적인 자료 없이는 좋은 연구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셋째, 후학을 양성해야 한다. 졸업생들은 주로 취직을 하려 하고 학계에 남으려는 학생은 소수다. 마지막으로 한국인 학자와의 공동 연구나 협력을 늘려야 한다. 폴란드의 한국어문학이 더욱 발전하려면 한국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글: 파베우 키다(Pawel Kida, Ph.D., 한국어문학과 학과장, 민족언어학 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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