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그리고 사람
우리말, 그리고 사람

우리말, 그리고 사람 놀이로 배우는 우리말, ‘한글용사 아이야’
이비에스 최정균·유혜수 피디, 윤혜정 작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새로운 영웅이 나타났다. ‘한글용사 아이야’와 함께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글자를 찾으려고, 아이들은 수·목요일 아침이면 텔레비전 앞으로 모인다. 지난 4월 첫 방송을 시작한 후로 한글 공부도 재미있을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유아·어린이를 위한 한글 프로그램 <한글용사 아이야>. 최정균·유혜수 피디, 윤혜정 작가를 만나 한글을 놀이로 만드는 이야기를 들어 본다.

<한글용사 아이야>? 누가 만들었을까?

<<쉼표, 마침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먼저 각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최정균

 이비에스 4년 차 피디 최정균입니다. <다큐 시선>, 경제 이야기 쇼 <쩐문가들> 등의 프로그램을 거쳐 현재 <한글용사 아이야>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어른이 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오다가 유아·어린이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면서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어린이 프로그램을 잘 만들 수 있을까?’, ‘아이들 눈높이에서 시작해 보자’ 이런 마음으로 차근차근 프로그램을 채워 나갔고, 다행히 <한글용사 아이야>가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어 보람과 함께 책임감도 느끼고 있습니다.

▲ 최정균 피디

유혜수

 <한글용사 아이야>를 제작하고 있는 유혜수 피디입니다.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뭐든지 뮤직박스> 등 줄곧 유아·어린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습니다. 저 역시 <한글용사 아이야>를 제작하면서 놀이와 배움의 공존에 대해 새롭게 배워 가고 있습니다.

윤혜정

 27년 차 이비에스 유아 어린이부 작가 윤혜정입니다. <번개맨>, <번개파워>의 원작자이며 <모여라 딩동댕>, <뭐든지 뮤직박스>, <두근두근 학교에 가면>, <숲 속 친구 파파룰라> <모야 모야> 등 다양한 유아·어린이 프로그램의 작가로 일해 왔습니다. 2003년, <바나나를 탄 끼끼>라는 한국어 교육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는데 ‘언젠가 또 한 번 한글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어른의 욕심은 내려놓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재미있는 배움을 담아 보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 생겼어요. 그 바람이 오롯이 담긴 프로그램이 <한글용사 아이야>가 아닐까 싶습니다. <두근두근 학교에 가면>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의 풍경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그때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한글용사 아이야>를 만드는 데 든든한 디딤돌이 되었던 것 같아요.

<<쉼표, 마침표.>>

<한글용사 아이야>를 보면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눈에 띕니다

유혜수

 <한글용사 아이야>에는 한글을 궁금해하는 쌍둥이 ‘훈민이’(오은솔 배우)와 ‘정음이’(정하영 배우), 쌍둥이와 함께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한글을 찾아 나서는 ‘한글용사 아이야’(이민재·염창민·노유나 배우), 훈민·정음이와 즐겁게 놀아 주며 오늘 찾은 한글을 읽어 주는 ‘할아버지’(안석환 배우), ‘알쏭달쏭 퀴즈’를 내는 ‘글자 먹는 악어’가 등장합니다.

▲ 훈민이와 정음이

▲ 할아버지

윤혜정

 모든 등장인물은 ‘놀이로써 재미있게 우리말을 배운다’는 목표를 향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실행하는데요. 훈민이와 정음이는 다양한 놀이를 하며 자연스럽게 오늘 배울 글자를 소개합니다. 시청하는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오늘 배울 내용에 다가갈 수 있게 이끄는 역할이죠.
 세 명의 한글용사 아이야들은 모음 대표 용사로 ‘훈민이’와 ‘정음이’가 궁금해하는 한글을 찾아 나서죠. 일상생활 곳곳에 숨어 있는 한글 모양을 찾아내며 아이들은 재미있게 한글을 배우게 됩니다.
 훈민이와 정음이의 할아버지는 앞선 두 단계에서 배운 한글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요. 정확한 발음으로 한글의 소리를 알려 주죠. 이때 글자 먹는 악어가 한글을 먹어서 없애며 다시 한번 반복해서 연습하도록 합니다. 알쏭달쏭 퀴즈도 내고요. 13분 안에 이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되며 각자의 임무를 수행할 때, 아이들은 즐겁게 한글을 배우게 됩니다.

최정균

 훈민이와 정음이, 한글용사 아이야가 ‘재미’를 담당한다면, 할아버지는 정확한 발음으로 ‘말하기 교육’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도록 기획했어요. 그래서 발음이 정확한 안석환 배우님을 섭외했고요.
 그런데 막상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나니, 의외로 할아버지가 나오는 시간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은 거예요. 할아버지는 소리의 결합을 알려 주기 위해 글자를 천천히 읽어 주거든요. 예를 들어 ‘가’를 읽을 때는 [그-아]라고 소리 내는 거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리듬이 생기는데, 아이들이 그 리듬을 재미있어하더라고요. 저는 어릴 때 구구단이나 십이지 등을 암기할 때 배웠던 특유의 리듬을 어른이 된 지금도 기억하거든요. 아이들이 할아버지만의 독특한 리듬으로 한글을 배우고, 그 리듬을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한다면 참 뿌듯할 것 같아요.

<<쉼표, 마침표.>>

제작진의 다양한 경험과 생각, 잘 짜인 등장인물들의 관계 덕분에 <한글용사 아이야>가 새로운 한국어 교육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 듯합니다. 기획·제작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신 점이 있을까요?

최정균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재미’입니다.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아이들은 프로그램을 ‘학습’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자발적인 시청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죠. 아무리 좋은 취지와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도, 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보고 또 보고 싶은’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습니다. 두 번째로 자음과 모음이 만나 글자로 결합되는 원리를 프로그램에 잘 녹여 내고자 했습니다. 모음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야 용사’의 무기인 뿅망치(ㅏ), 태극봉(ㅣ), 부메랑(ㅑ)은 그렇게 탄생하게 됐죠.
 마지막으로 글자를 아는 것을 넘어 문해력 증진이라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문해력의 뿌리인 한글을 익히는 것은 물론, 배운 한글과 한국어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지까지 보여 주고 싶다는 마음이었죠.

<<쉼표, 마침표.>>

<한글용사 아이야>의 차별성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윤혜정

 <한글용사 아이야>는 하루에 단어 하나를 알려 줍니다. 대신 많은 고민과 연구를 거치며 신중하게 단어 하나를 택합니다.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단어, 관계를 돕는 단어를 선택하는데요. 예를 들어 ‘자유’라는 단어를 다룬 적이 있는데요. ‘우리는 놀 자유가 있어요. 그건 너의 자유야, 이건 나의 자유야’와 같이 풀어내면서 남과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녹여내어 바른 가치관을 제시합니다.
 또 의성어 교육에서도 차별성이 있습니다. 기존의 한국어 교육프로그램에서는 ‘멍멍, 어흥, 빵빵’처럼 의성어를 획일적으로만 제시했는데, <한글용사 아이야>에서는 다양성을 인정하여 서로 다르게 들릴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예를 들어 훈민이가 버스 경적을 ‘빵빵’이라고 하면 정음이는 ‘삐앙쁘 삐앙쁘’라고 해요. 이런 시도를 통해 아이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획일화되지 않은 열린 시각과 마음을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글용사 아이야>는 단어 선정이나 전달 방식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한 프로그램입니다.

▲ 윤혜정 작가

최정균

 다른 한국어 교육프로그램이 ‘학습’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우리는 등장인물과 함께하는 ‘놀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시청하는 아이들이 한글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과 함께 ‘체득하는 것’이죠. 아이들이 단순히 시청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훈민이·정음이·아이야가 되어서 일상생활 속에서 한글을 찾는 놀이를 즐기는 것. 이것이 <한글용사 아이야>가 지향하는 놀면서 배우는 즐거운 교육입니다.

<<쉼표, 마침표.>>

프로그램에 비언어적인 표현이나 언어 감수성 등 언어의 다양한 측면을 내용으로 담아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최정균

 ‘오늘의 주제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자연스럽게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미안해’라는 단어를 배웠다면, 잘못했을 때 사과를 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어떤 표정과 말투로 ‘미안해’라고 할 때 내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지 등을 담아내려고 노력 중입니다.

유혜수

 아이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또래 집단과 놀이를 하면서 말을 습득하고 자연스레 글을 배우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때문에 그럴 기회가 줄어들게 된 거죠. 단순히 읽고 쓰고 말하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또래 집단과 즐겁게 언어를 익혀 나가는 경험을 선물해 주고 싶었습니다.

▲ 유혜수 피디

<<쉼표, 마침표.>>

<한글용사 아이야>에 한국의 문화를 담고자 노력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유혜수

 아이야 용사가 한국적인 영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모습을 구상할 때, 곳곳에 한국적인 요소를 담았죠. 아이야 용사 옷에 들어간 빨강, 파랑, 노랑, 하양, 검은색은 우리나라의 전통 오방색이에요. 옷도 우리 선조들이 입던 것과 닮았고요. 허리 정중앙에는 전설 속 동물인 해치와 한국 도깨비의 얼굴이 새겨져 있죠.

▲ <한글용사 아이야> 방송 화면

윤혜정

 요즘은 조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프로그램을 통해 3대가 함께 살아가는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집도 기와가 있고 마당이 있고 온돌방이 있는 한국적인 집이에요. 그 안에서 쌍둥이 자매인 훈민이와 정음이가 할아버지와 함께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 주며 우리말은 물론 가족 간의 정, 다양한 놀이 문화를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방영 시간까지 바꾼 <한글용사 아이야>의 인기

<<쉼표, 마침표.>>

9월부터 방영 시간이 8시 45분에서 8시 30분으로 앞당겨졌습니다. <한글용사 아이야>를 보고 유치원에 가는 어린이가 많아지면서 부모님들이 방영 시간을 조정해달라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라죠?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최정균

 ‘나라면 볼까?’라는 질문을 반복하면서 기획한 프로그램이에요. 제 대답은 ‘지금의 나는 안 보겠지만, 어린 시절의 나라면 볼 것 같다’였고요. 다행히 어린 시절의 나처럼 지금의 아이들도 재미있게 시청하는 것 같아 뿌듯하고 기쁩니다.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지인들로부터 ‘우리 애가 <한글용사 아이야>를 보려고 일찍 일어난다’는 기분 좋은 이야기를 들을 때 ‘잘 되고 있구나’ 느낍니다. <한글용사 아이야>에 나오는 한글 카드, 뿅망치, 태극봉, 부메랑 심지어 ‘뭐든지 자판기’까지 직접 만들어서 누리소통망에 올려 주시는 경우가 있는데, ‘엄마는 정말 대단하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한글용사 아이야>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유혜수

 방송이 끝나자마자 누리소통망에 퀴즈 정답이 실시간으로 올라올 때, <한글용사 아이야>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할 때 ‘우리 프로그램이 사랑받는구나’라고 느낍니다.

우리 아이가 숫자나 영어는 수월하게 배웠는데 유독 한글 교육에 어려움을 느껴서
언어 치료까지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글용사 아이야>를 보면서 한글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요즘은 재미있게 한글을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근 이비에스 누리집에 올라온 글인데요. 이런 반응을 접할 때마다 인기를 실감하는 것은 물론 ‘더 열심히 만들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됩니다. 참! 국립국어원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 ‘국립국어원에서? 우리한테?’라는 생각과 함께 인기를 실감했어요. (웃음)

윤혜정

 저 역시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인기를 실감합니다. 특히 “오늘 우리 아이가 <한글용사 아이야>를 보더니 혼자서 ’오이‘를 썼어요.”라면서 삐뚤빼뚤한 솜씨로 적은 ‘오이’를 적은 사진이 함께 올라올 때가 있었어요. 오늘 배운 한글을 아이가 소리 내 읽는 동영상을 올려주시는 분도 있고요. ‘<한글용사 아이야>를 신나고 재미있게 보고 나면, 자연스레 오늘 배운 한글을 쓰고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목표, 바람을 가지고 열심히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정말 그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방송에 나온 한글을 읽고 쓰는 아이들을 보면서 ‘되는구나’라는 확신과 함께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을 느낍니다.

<<쉼표, 마침표.>>

<한글용사 아이야>가 이처럼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지지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정균

 보통 교육프로그램을 선택하는 주체는 아이가 아닌 부모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부모의 입맛에 맞게 프로그램을 제작하죠. 결국, 부모는 좋아하지만 아이는 억지로 보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저는 아이가 좋아하면, 그 방송이 유해하지 않은 이상 부모는 보여 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철저하게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방송을 만들었습니다. 아이가 재미있게 보는데, 한글까지 배운다? 부모님은 당연히 좋아하시죠. (웃음)

<한글용사 아이야>의 활약은 계속된다

<<쉼표, 마침표.>>

앞으로 <한글용사 아이야>는 어떻게 나아갈까요?

최정균

 복잡한 모음, 쌍자음까지 배운 뒤에는 ‘한글, 한국어를 통한 소통’으로 배움을 확장해 보려고 합니다.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는 목적이 언어를 통해 나를 표현하고 상대를 이해하면서 소통하는 것인 만큼, <한글용사 아이야>와 함께 소통의 도구로서 언어를 체득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윤혜정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한글용사 아이야>를 함께 즐기는 장을 마련해 보고 싶어요. 훈민이와 정음이를 만나 함께 놀고, 아이들이 자신들의 영웅인 한글용사 아이야를 직접 만나는 경험은 우리말을 더 열심히 배우는 동기가 될 테니까요.

유혜수

 한글 카드, 뭐든지 자판기, 아이야 용사의 뿅망치·태극봉·부메랑 등 <한글용사 아이야> 팬 상품을 제작해 달라는 요청이 많은데요. 좋은 협력사를 만나서 아이들이 일상 속에서 더 재미있게 우리말과 놀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면 좋겠습니다.

<<쉼표, 마침표.>>

<한글용사 아이야>가 어떤 프로그램이 되길 바라나시나요?

최정균

 우리말의 정석? <한글용사 아이야>를 재미있게 보기만 했는데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부모와 아이가 모두 사랑하는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혜수

 궁금한 말이 생겼을 때 망설임 없이 ‘한글용사 아이야’를 부르게 된다면 정말 좋겠죠? 아이야 용사가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 웃음 지을 수 있는 좋은 친구, 친근한 용사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윤혜정

 아이야 용사가 한국을 넘어 해외까지 진출해서 세계적인 용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웃음) 한글과 한국어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에게도 분명 멋진 교육프로그램이 될 테니까요.

글: 박향아
사진: 김영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