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두 배로 즐기기
사전 두 배로 즐기기

사전 두 배로 즐기기 사회가 변하면 말이 변하고,
말이 변하면 사전이 변한다

 상반기에 있었던 지방 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에 출제된 국어 문제 하나를 놓고 인터넷에서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바로 다음 문제다.

 출제자는 정답을 1번이라고 발표했는데, 여기에 대한 반박 글이 쏟아졌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반나절‘의 뜻풀이로 ‘하루 낮의 반’도 올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는 ‘하룻낮의 반’이라는 두 번째 의미가 2008년 사전이 개정되면서 추가된 풀이이기 때문이다. 1999년 “표준국어대사전”을 책자로 발간한 당시에는 ‘한나절의 반’이라는 의미만 있었는데, 이후 개정하면서 풀이가 추가된 것을 출제자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결국 해당 문제에 대한 논란은 전원 정답 처리로 마무리되었다.

▲ 1999년 “표준국어대사전”

▲ 2008년 “표준국어대사전”

 이처럼 사전에 오른 말의 뜻이 바뀌거나 새로운 풀이가 추가되는 경우는 상당히 많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독대’를 예로 들 수 있다. ‘독대’는 조선왕조실록에 매우 많이 나타나는데, 여기에 나타나는 ‘독대’는 모두 신하가 임금을 홀로 대면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 단어는 왕제가 없어지면서 사라지거나 역사 전문어로만 남아 있어야 하겠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다음과 같은 현대적 의미도 실려 있다.

 ‘독대’의 두 번째 풀이 역시 1999년 초판에는 없던 것인데, 워낙 쓰임이 많다 보니 2008년 개정 때 별도의 의미로 오른 것이다. 지금도 뉴스를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추가된 ‘독대’의 쓰임을 확인할 수 있다. ‘반나절’이나 ‘독대’에 의미가 더해진 것은 국어사전이 ‘살아 있는 말’을 지속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는 변하기 마련이고, 사회가 변하면 당연히 말도 변한다. 따라서 이러한 말을 담는 그릇인 국어사전 역시 변할 수밖에 없다. “표준국어대사전” 역시 이러한 변화를 담고 있다. 1999년 발간한 이후 2008년 전면 개정을 하면서 변화한 말의 양상을 반영하였고, 이후 웹 사전으로 형식이 바뀌면서 현재는 매년 분기별로 다양한 변화를 담아 오고 있다.
 지난 7월 말 공개된 2021년 제2분기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에도 이러한 변화가 많이 담겨 있다. 수정된 항목에는 ‘처녀막’, ‘미용실’, ‘학부형’ 등이 있는데, 수정한 이유는 모두 다르다.
 먼저 ‘처녀막’은 의학 전문어로, 의학 전문 분야에서 사용하는 말을 국어사전에 실은 것이다. 그런데 2020년 의학 용어 자체가 ‘처녀막’에서 ‘질 입구 주름’으로 바뀌면서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현재 ‘처녀막’을 찾아보면 ‘‘질 입구 주름’의 전 용어’라고 나온다. 이에 대해 왜 삭제를 하지 않고 굳이 남겨 두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록 의학계에서는‘처녀막’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일반 사람들은 여전히 ‘처녀막’을 사용하고 있으며 또한 많은 문헌에서 ‘처녀막’이 나타난다. 따라서 삭제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변화를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사전 이용자들에게는 훨씬 친절하고 바람직하다. 앞서 ‘독대’의 첫 번째 의미가 현재는 안 쓰이더라도 문헌 등을 통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역사’ 전문어로 남겨 두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미용실’은 현재도 매우 많이 사용되는 일상 용어이다. 그런데 이를 사용하거나 이용하는 주체가 변하였다. 예전에는 주로 여자들이 미용실을 이용하였기 때문에 사전 뜻풀이에도 ‘주로 여성의’라는 표현이 들어 있었으나 현재는 이러한 구분이 없어졌기 때문에 사회 변화에 맞게 뜻풀이에서 이러한 표현을 삭제한 것이다.

 ‘학부형’은 사회가 변하면서 단어 자체가 잘 안 쓰이게 된 경우이다. 예전에는 학생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것이 아버지나 형인 경우가 많아서 ‘학부형’이라는 말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나 지금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고, 따라서 이러한 말을 잘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풀이에 ‘예전에’라는 표현을 추가하였다.

 이처럼 국어사전은 사회 변화와 언중들의 언어 사용 변화를 반영하는데, 아무래도 반영은 한발 늦을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사용하는 말의 의미가 다 다르다고 할 만큼 사용 양상은 매우 다양한데, 이를 모두 사전에 반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어떠한 말의 새로운 쓰임이 보편화되고 원래 의미보다도 더 많이 쓰이게 될 때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살폈던 ‘반나절’도 원래의 의미보다 추가한 의미로 훨씬 많이 쓰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흔히 ‘말’을 유기체에 비유한다. 이는 유기체처럼, 말도 새로 생기고 널리 쓰이다가 소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말’을 담는 국어사전 역시 변하는 것이 당연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 변하지 않는 국어사전은 죽은 국어사전이 될 것이며, 그 효용 가치는 현격히 떨어질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 지금도 국어사전은 계속 변하고 있다.

글: 이운영(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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