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로 함께하기

우리말, 그리고 사람
우리말, 그리고 사람

스무 돌 맞은 한글문화연대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상임대표·정재환 공동대표

 한글문화연대가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한글문화연대는 우리말과 글을 소중하게 여기는 일반 시민들이 모여 만든 시민 단체다. 그동안 우리 말글을 아름답게 가꾸고 우리 말글살이의 잘못된 점을 바르게 바꿔 왔다. 특히 공공언어를 누구나 알기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쓰자는 ‘쉬운 말 쓰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많은 성과를 거뒀다. 또 ‘한글날 공휴일 지정 운동’을 펼쳐 23년 만에 그 뜻을 이루기도 했다. 이건범 상임대표와 정재환 공동대표를 만나 한글문화연대가 그동안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들어 본다.

우리 말글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

 지난달 21일, 서울시 마포구 한글문화연대 20주년 행사장에서 이건범 상임대표와 정재환 공동대표(이하 이 대표, 정 대표)를 만났다. 한글문화연대는 2000년 2월 설립되어 쉬운 말 쓰기, 한글날 공휴일 지정 추진, 한글맞춤법 교실 운영,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반대 등 수많은 활동을 주도해 온 시민 단체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의 모든 공문서는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는 국어기본법을 지키게끔 공공기관을 감시해 왔다. 특히 이 단체는 공공언어 중에서도 안전 용어만큼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말이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스크린 도어’를 ‘안전문’으로, ‘자동제세동기’는 ‘자동심장충격기’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대표는 한글문화연대를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많을 것이라고 했지만, 한글문화연대가 바꾼 쉽고 바른 우리말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 대표:

지하철 안내 방송에서 ‘스크린도어가 열립니다.’라고 했었는데, 이제는 ‘안전문이 열립니다.’라고 바뀌었죠. 아직 다 바뀐 건 아니에요. 역마다 안내 방송 변경 절차가 달라서 서울시와 함께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글문화연대는 정부나 언론 등이 사용하는 공공언어를 바르고 쉬운 말로 바꾸어 가는 일을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20주년의 소감을 물었지만, 두 사람 모두 기뻐하기보다는 한글문화연대가 해 온 일과 해야 할 일들을 설명하기 바쁘다. 두 대표의 우리말을 향한 사랑과 책임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20년간 진행해 온 수많은 사업들 중에서 두 대표에게는 어떤 것이 가장 기억에 남을까.

▲이건범 상임대표

공공 안전용어를 쉽게, 더 쉽게

 두 대표 모두 ‘쉬운 말 쓰기 운동’을, 그중에서도 공공언어의 안전용어를 쉬운 말로 바꾼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한글문화연대는 안전용어만큼은 국민 누구나 알기 쉬운 말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말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

안전용어만큼은 계속해서 쉬운 말로 바꾸어 갈 생각입니다. 특히 자동제세동기를 자동심장충격기로 바꾸는 운동을 아주 열심히 했어요. 실제로 많은 곳에서 바꾸었고요. 2017년도에 안전용어를 쉬운 말로 고치는 데 힘을 쏟아서 행정안전부에서 당시 공고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 후에 싱크홀도 땅 꺼짐으로 바꾸고요. 법률용어 중에도 바꿀 것이 많은데, 아직 그러지 못한 것은 몹시 아쉬워요.

 이 대표는 잊지 못할 일 가운데 하나로 한글 전용을 위헌 심판의 대상으로 삼은 ‘국어기본법 제3조 등 위헌 확인’ 사건을 들었다.

이 대표:

국어기본법에는 공문서의 한글 전용 규정이 있습니다. 한자를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이게 위헌이라며 위헌 심판을 청구했었어요. 2016년에 한글 전용은 정당하다고 합헌 판결이 났는데요. 그때 한글문화연대가 한글 전용은 정당하다고 논리적인 변론서를 쓰려고 애썼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쉬운 우리말로 바꾸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이루지 못한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주민센터’다. 2007년부터 동사무소는 ‘동주민센터’로 명칭을 바꾸었는데, 한글문화연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민 접촉이 많은 공공기관에서 굳이 ‘센터’라는 외래어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할 수 없었다.

정 대표:

당시 맹렬하게 반대를 했지만, 정부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어요. 물론 우리의 노력은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이 밖에도 저는 ‘광화문 한글 현판 달기’를 이루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사진을 많이 찍는 곳이 광화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데 정문에 걸린 한자 ‘光化門’은 어울리지도 않고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과학적이고 우수한 문자 ‘한글’ 보유국이라는 것을 왜 애써 숨기려는 걸까요?

 정 대표의 표정에서 진심 어린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절실해

 한글문화연대를 이끄는 두 대표는 오늘날 우리 말글 사용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두 대표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 영어 남용이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영어 능력이 떨어지는 국민은 알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면서 말이다.

이 대표:

며칠 전 뉴스를 보는데, 금융위원회의 고위직 공무원이 비상대책이라고 하면 될 걸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이라고 하더라고요. 뉴스나 신문에서 그 단어를 접한 국민 중 몇 명이나 그 말을 이해할까요? 자신들은 평소에 사용하는 말이라고 썼을지 모르지만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특히 국민에게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공공기관의 고위공무원이라면 말이죠. 저는 그 사람이 자격 미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대표는 사람들이 우리말을 사랑한다고 말은 하지만 ‘말 따로 행동 따로’는 아닌지 되돌아볼 시점인 것 같다고 했다.

▲정재환 공동대표

정 대표:

과거에는 기본적으로 우리말을 바르게 써야 한다든가, 우리말을 우선해서 써야 한다든가 하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언어 사용 원칙이나 규범 등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이 점이 제일 걱정스럽습니다.

 한글문화연대는 처음 회원 50명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도 회원 수는 겨우 10배가 늘어난 정도에 불과하다며 외래어에 의존하지 않고 쉽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우리 말글을 보존하려면, 더 많은 시민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두 대표는 목소리를 높인다. 또 국립국어원에는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으며 좋은 관계를 이어 왔다면서 감사의 인사도 남겼다. 물론 한글문화연대 대표들답게 건의 사항도 빼놓지 않았다.

이 대표:

국립국어원이 외국어를 다듬어서 새말을 만들고 있는데, 만드는 일에만 멈추지 말고 우리와 함께 힘을 모아 좀 더 적극적으로 알렸으면 좋겠어요.

정 대표:

몇 년 사이에 비표준어를 표준어로 수용하는 데 너무 너그러워진 것 같아요. (웃음) 대중의 말과 요구가 시시각각 변하더라도, 국립국어원만큼은 국어정책 담당 기관으로서 굳건히 중심을 잡아 주면 좋겠어요.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상임대표와 정재환 공동대표의 마지막 말에는 든든한 우리 말글 지킴이다운 굳은 심지가 느껴졌다.

글: 강은진
사진: 김영길

 

함께 보면 좋은 기사 +더보기

가장 인기 있는 기사 +더보기

이벤트 신청

이벤트신청하기

이름

휴대폰번호

이벤트
정답

파일첨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동의]

1) 수집목적 : 상기 이벤트는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실시되고 있습니다. 이에 이벤트 참여를 통해 통일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고, 이벤트 참가자분들이 웹진을 계속 구독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2) 수집항목 : 닉네임, 비밀번호, 이메일, 휴대폰번호, 댓글, 비밀댓글 여부, 정보수집동의 여부, 웹진수신동의(구독자 확대를 위해 실시하는 이벤트이므로 개인정보수집 동의시 웹진 수신을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3) 이용 : 이벤트 당첨시 경품 발송, 당선작 발표, 웹진 발송 4) 보유기간 : 경품 수령 확인시까지(1개월), 단 웹진 구독용 정보는 <해지>시까지 이메일만 보유 5) 정보보호 책임자 : 이벤트 대행사 (주)인포아트 서지민(02-2269-5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