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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 가는 우리말

반가운 우리말! 광고의 새로운 재미 언어로 부터
반가운 우리말! 광고의 새로운 재미 언어로 부터

카피라이터하기도 이젠 어려워졌다

 딸에게 물었다.
 “댕댕이가 뭐니?”
 딸이 대답했다.
 “잘 봐.”
 뭘 잘 보라는 건가. 나는 도대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또 물었다.
 “강아지 이름이니?”
 “아니, 강아지를 멍멍이로, 그리고 멍멍이를 댕댕이라고 하는 거야.”
 그러면서 딸은 제 휴대전화 메모장을 열어 멍멍이라고 써서 보여 준다. 그리고 그때서야 난 이해했다. 멍멍이 중 ‘ㅁ’의 오른쪽 세로획을 분리하고 모음 ‘ㅓ’와 결합시켜 댕댕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티브이에서도 자막으로 흔히 나오고, 심지어 광고에도 나오는 말이었다.

 갤럭시 노트10의 광고에 보면 ‘댕댕이 엄마’라는 말이 나온다. 강아지를 키우는 한 여성 소비자가 주인공이다. 그런데 ‘강아지 엄마’가 아니라 ‘댕댕이 엄마’이다. 느낌상 강아지보다는 댕댕이가 훨씬 귀엽다. 이런 원리를 이용한 광고도 있다. ‘팔도 비빔면’을 아예 ‘괄도 네넴띤’이라고 표기한 것이다. 화면도 아예 유튜브의 재생 화면처럼 만들어 소비자들이 더욱 친근하게 느끼도록 하였다.
 인터넷 문화 연구자인 클레이 셔키(Clay Shirky)는 말했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표현력이 최대로 늘어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 소비자들의 표현력이 정말 뛰어나게 발달했다. 그런 소비자를 언어 감각으로 상대해야 한다. 카피라이터로 살기가 참 어려워진 시대다.

▲갤럭시 노트10 광고 화면

▲팔도 비빔면 광고 화면

서툴고 어색한 자기중심표현으로 시작된 광고 언어

 전통적으로 광고는 대중 매체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대중매체는 그 대중성을 기반으로 광고를 수록하게 되었고, 소비자와의 공감을 통한 설득이라기보다는 정보 전달에 충실한, 그래서 광고주가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전하면서 광고 언어의 사용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광고는 1886년 2월 22일자 ≪한성주보≫에 게재된 세창양행의 광고이다. 그림은 없고 순 한문 세로쓰기만 구성된 광고이다. 그러니까 이 광고는 광고 언어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한글이 광고 언어로 사용된 것은 ≪독립신문≫이 창간되면서부터이다. 1896년 4월 7일에 창간호를 선보인 ≪독립신문≫은 창간호부터 한글과 영문으로 된 광고를 게재하였다. 고샬기 회사는 ≪독립신문≫의 초창기 대표적인 광고주로, 그림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영문 광고와 국문 광고를 함께 게재하기도 하고, 별도로 게재하기도 하였다.

 1959년에는 진로가 최초의 광고 음악을 선보였다. 그림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애니메이션을 사용한 진로의 극장 광고에 당시에 유행하던 차차차 리듬의 광고 음악이 더해지며 큰 인기를 끌었다. 1970년대를 지나면서 광고 음악의 활용이 매우 빈번해졌는데, 1978년 농심라면 광고 음악에 담겨 있는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표현은 광고가 만든 최초의 사회적 유행어로 꼽히고 있다.

공감과 설득을 위한 다양한 시도 – 1980~1990년대

 1980년대는 우리나라의 경기 활성화에 힘입어 광고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기였다. 그만큼 광고 자체가 사회적인 화제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스승의 날을 기념하여 쌍용그룹에서 게재하였던 광고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도시락을 싸 오지 못한 제자에게 속이 불편하다며 도시락을 내주신 선생님의 마음을 담은 이 광고는 가난하던 시절 마음만은 따뜻했던 학교생활을 떠올리게 하는 명작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는 우리나라 광고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속된 광고 캠페인 문구이다. “맞다, 게보린!”은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상품명을 반복적이면서도 강렬하게 인식시켜 광고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이다.
 그 밖에도 나이키는 “누가 나이키를 신는가?”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워 제품 정보를 중심으로 제공하던 기존의 광고 문법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이미지를 만드는 광고로 접근 방법을 바꾸었다.

 1990년대에는 광고 언어의 전략적 접근 방향이 매우 다양해졌다. 에바스 화장품 광고는 화장품의 효능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화장을 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콕 짚어 내어 호평을 받았다. 초등학생들이 시험에서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이라는 문제에 ‘침대’라고 답하게 하였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에이스 침대 광고는 편안함이나 안락함에 초점을 맞추던 기존 침대 광고와는 달리, ‘과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강조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침대 선택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였다. 경동보일러는 부모님을 걱정하는 자식의 마음이 담긴 문구로 많은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 밖에도 소비자들의 삶과 밀접한 감성적 표현으로 그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낸 표현들도 많았다. “사람들이 좋다, OB가 좋다.”처럼 제품이 연상시키는 술자리의 사교적인 분위기를 감성적으로 바꾼 표현도 있었으며, 제품의 특성을 바탕으로 감성적인 접근을 시도한 마몽드 화장품의 “산소 같은 여자”, 정신대를 소재로 국산 제품의 사용을 호소하였던 프로스펙스의 “정복당할 것인가? 정복할 것인가?” 등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광고 언어에서 느껴지는 사회 변화의 조짐 – 1990년대 말~2000년대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도 여전히 광고에서의 언어 표현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접근해 왔다.

 캐논 신문 광고에서는 카메라가 우리의 삶에서 왜 가치 있는지를 묵직한 표현을 통해 제시해 주고 있다. 카메라가 갖고 있는 극히 당연한 속성이긴 하지만, 사진을 찍는다는 것, 특히 요즘처럼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쉽게 찍는 것과는 달리 카메라라는 도구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웅변하는 듯하다. SK텔레콤은 “사람을 향합니다.”라는 포제를 사용한 광고를 수십 편을 만들어 게재하였다. 휴대전화라는 첨단 기술이 사람의 마음과 감정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사진과 더불어 잘 보여 줌으로써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었다. Show의 신문 광고는 소비자가 문구에 더 집중하도록 언어 표현을 시각화한 시도가 돋보인다.

 19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에는 초고속 인터넷이 집집마다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소위 ‘닷컴 광고’라고 불리는 서비스 광고들도 함께 늘어났다. 이 서비스들은 인터넷의 주사용자였던 젊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 표현이 일반 제품 광고들에 비해 기발한 것을 볼 수 있다.
 야후의 광고에서는 야후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인 ‘거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그 표현이 바지 지퍼를 뜻하는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이중성이 재미를 유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다. 피망의 광고에서는 얼핏 보면 야구공이 사용된 것처럼 보인다. 그 위에 쓰인 “쳐라!”라는 문구는 그 그림을 더욱 야구공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야구공의 박음선처럼 보이는 것이 화투장의 뒷면임을 알 수 있다. ‘친다’는 것이 야구공이 아니라 화투임을 은근하게 알리며 이중적인 묘미를 자아내고 있다. 쥬크온 광고에서는 “^^”에 주목할 만하다. 인터넷에서 많이 사용되는 이모티콘이 광고에 등장한 것이 당시로서는 젊은층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 밖에도, 광고에서 전하고자 했던 구체적인 내용보다 광고에 삽입된 대사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광고도 있었다. 모델이 휴대전화에 남긴 “잘 자, 내 꿈 꿔!”로 유명해진 n016(현 KT)광고나, “니들이 게 맛을 알아?”라는 도전적인 말 한마디로 유명해진 롯데리아 크랩버거 광고, 등이 그것들이다.

지금, 광고 언어는 분투 중 - 건투를 빈다!

 지금도 여전히 광고 언어는 카피라이터들의 탁월한 표현력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광고가 전해야 하는 메시지를 언어유희가 아닌 정공법으로 표현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맥심 텔레비전 광고

▲잡코리아 텔레비전 광고

 맥심 광고에서 사용된 문구는 “커피라는 행복”이다. 대단히 창의적인 표현도 아니고, 그 안에 어떠한 언어유희가 담겨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단순한 말 한마디를 통해 소비자들은 내 삶에서 커피가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쉽게 이해하게 된다. 잡코리아 광고에서는 입사 준비용 참고서를 버리면서 “고마웠다, 참고서야.”가, 그리고 스마트폰에서 잡코리아 앱을 지우면서 “고마웠다, 잡코리아.”라는 문구가 사용된다. 취업준비생들의 꿈을 잡코리아가 지원하겠다는 의도를명확히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폭발적인 표현력을 보여 주고 있는 소비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공법 이외에도 새롭고 참신한 방법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롯데면세점 광고 화면

▲롯데렌터카 광고 화면

 롯데면세점 광고를 보자. 인기 있는 걸 그룹을 배경으로 ‘L, D, F’라는 알파벳이 보인다. Lotte Duty Free의 머리글자이다. 그런데 이 광고에서는 이것을 ‘냠’이라고 읽는다. 모양을 보면 한글 ‘냠’자와 비슷하기도 하다. 롯데렌터카 광고에서는 ‘뜸 들이지 말고 어서 롯데렌터카의 신차 장기 렌터카를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모델이 한글 ‘뜸’을 엉덩이로 밀어 옆으로 넘어뜨린다. 그러면 그것이 ‘DIRECT’로 변한다. ‘DIR’을 한글 ‘뜸’으로 읽은 것이다.

▲SSG마트

▲베뉴

 ‘쓱세권’이란 말은 무엇일까? 아파트 광고에서 흔히 사용되던 ‘역세권’에서 시작해 ‘쓱세권’까지 왔다. 광고주인 신세계의 머리글자를 딴 SSG를 ‘쓱’으로 읽는 광고에서 시작하여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되는 새벽배송을 광고하면서 배송이 가능한 지역을 ‘쓱세권’이라 부르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베뉴 광고에서는 ‘혼라이프’가 등장한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많이 사용된 ‘혼술’, ‘혼밥’을 응용한 신조어이다.

▲MG새마을금고

▲오로나민-C

 MG새마을금고 광고를 보자. 화면 속에는 ‘예금적금 키워줘야 MG’라고 써 있다. 내레이션에서는 이를 ‘예금적금 키워 줘야 맞지.’라고 읽는다. 기업명 중 MG를 부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예금과 적금을 키우기에 적절한 금융 상품임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오로나민-C는 화면에 있는 그대로 ‘낚시, PC, 입시, 맵시’를 읽어 주고 바로 ‘오로나민-C’와 연결시킨다. 오로나민-C가 필요한 상황들을 보여 주면서 각운법을 통해 제품명을 부각하는 것이다.
 광고 언어 제작자들은 지금 역사상 최대의 표현력을 가진 소비자들과 분투 중이다.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더욱 감각적인 표현들과 표현 방법들을 찾아내야 한다. 규범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소 어긋난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광고 언어는 언어의 쓰임 그 자체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광고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 앞으로 광고는 언어를 통해 어떤 재미를 만들어 갈 것인가. 광고 언어 창작자들의 분투를 응원하며, 그들이 만들어낼 재미를 기대해 본다.

글: 김정우(고려대학교 문화창의학부 교수)
사진: 각 광고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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