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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 가는 우리말

우리말, 그리고 사람
우리말, 그리고 사람

 최대환 기자는 푼더분한 인상과 부드럽고 명쾌한 말솜씨로 한국정책방송원의 간판 진행자로 활약 중이다. 카메라 뒤에서 그는 국어책임관으로 일하며 우리말 파수꾼 역할을 맡고 있다.

방송국의 우리말 지킴이

 최대환 기자는 한국정책방송원[KTV 국민방송]의 강연 프로그램 <생각의 탄생 20분>과 정부 정책을 쉽게 해설해 주는 유튜브 생방송 <사실은 이렇습니다>를 진행한다. 그리고 2015년부터 한국정책방송원의 국어책임관으로도 일하고 있다.

 한국정책방송원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소속된 국영 방송국이다. 정부와 국민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정부의 주요 정책과 국정 현안 등을 알기 쉽게 전달한다. 정부의 영상 기록물을 보존하며, 공공기관의 영상물 제작을 지원하는 일도 맡고 있다.

 국어책임관은 자신이 속한 기관의 구성원들이 쉽고 바른 우리말을 쓰도록 교육하고 홍보하는 일을 맡는다. 모든 중앙행정기관과 지방 자치단체는 「국어기본법」에 따라 국어책임관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국어책임관으로서 그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정부의 국어 정책을 한국방송정책원에 반영하고 전파하는 일이 주요 업무다. 표준어 규정이 바뀌면 방송국의 감독, 작가, 기자 등 임직원들에게 알려 어법에 맞는 말을 사용하도록 장려한다. 방송프로그램의 제목을 정하는 개편 시기에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제목이나 자막에 불필요한 외래어, 품위 없는 유행어 등을 남발하는 프로그램에는 쉽고 바른 우리말로 바꿔 쓰라고 권유한다.

 “제가 국어책임관으로서 하는 일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에 그치죠. 하지만, 그래도 꼭 해야 하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방송 분야는 대중을 상대로 하다 보니 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인지 유행하는 비속어나 외래어를 별 고민 없이 쓰는 경우가 왕왕 있죠. 누군가는 그런 것을 감시하고 단속해야 하는데, 국어책임관 제도가 있어 그 역할을 할 수 있으니 참 다행입니다. 이런 최소한의 장치조차 없으면 아마 온 방송 프로그램이 1년도 안 돼서 외래어투성이로 변할지도 몰라요.”

어려운 공공 언어는 그만

 한국정책방송원에서 일하다 보니 그는 정부 법령, 공문서, 보도 자료 등을 거의 매일 접한다. 그중 이해하기 어렵거나 잘못된 표현을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한번은 한 법령자료에서 ‘요부조자’라는 단어를 봤어요. 너무 낯설고 아무리 봐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더라고요. 법무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봤더니, 글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요부조자(要扶助者)’라고 쓰고 있었다는 거예요. 법령은 국민들이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쉬운 말을 놔두고 국민들은 잘 쓰지 않는 어려운 한자어를 꼭 써야 하느냐고 마구 따졌지요.”

▲ 강연 프로그램 <생각의 탄생 20분> 방송 화면

 그의 거센 항의가 영향을 미쳤을까. 2017년 법제처에서 발표한 ‘알기 쉬운 법령 정비기준 제8판’의 정비 대상 용어에 ‘요부조자’가 포함됐다. 2006년 '경범죄처벌법' 제1조에 있던 이 어렵고 생소한 표현은 지금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바뀌었다.

 “요즘 공공기관의 문서를 보면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운 용어가 많이 사라졌고, 되도록 쉽게 쓰려고 하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어책임관 제도 덕분인 것 같아요. 매년 문화체육관광부와 국어문화원이 주최하는 국어책임관 국어교육 연수회에 참석하는데, 이 자리에서 ‘공공언어 쉽고 바르게 쓰기’를 주제로 다루면서 함께 고심합니다. 국어 정책과 관련된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개선 방향을 고민한 만큼 조금씩이나마 성과가 나타나는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그는 공문서뿐 아니라 공공 안내문도 이해하기 쉬운 말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가끔 공공기관에서 ‘촉수엄금’ 같은 안내 문구를 봅니다. ‘손대지 마세요.’ ‘만지지 마세요.’같은 누구나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을 외면하고, 왜 고압적이고 어려운 표현을 쓰는지 아쉬워요. 대중이 보는 안내문은 더더욱 알기 쉬워야 합니다. 그래야 뜻을 정확히 전달하고, 읽는 사람에게 친절한 느낌도 주지 않을까요?”

폭넓은 우리말 지식의 원천, 국립국어원 누리집

▲ 정부 정책 풀이 유튜브 방송 <사실은 이렇습니다> 방송 화면

 최대환 기자의 까칠한 지적은 모두 우리말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에서 새로운 국어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그의 오랜 취미이자 습관이다. 그는 특히 가나다전화와 온라인가나다를 자주 이용한다. 방송 준비를 하거나 글을 쓸 때 헷갈리는 표현이 있으면 즉시 가나다전화의 번호를 누른다. 후배 기자들에게 국립국어원의 누리집만 살펴봐도 유용한 국어 정보를 많이 습득할 수 있다고 조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토록 우리말에 대한 사랑이 깊은 그에게 우리말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한국인을 더 한국인답게 만들어 주는 것, 즉 우리를 더 우리답게 만들어 주는 게 바로 우리말 아닐까요? 그러니 우리 국민 모두가 바른 언어 사용에 관심을 갖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소중히 보존했으면 좋겠어요. 매일 방송을 하는 진행자이자 국어책임관으로서 저도 앞으로 더 분발하겠습니다.”

 최대환 기자는 인터뷰 내내 단소리보다는 쓴소리를 쏟아 냈다. 그런데 희한하게 뒷맛이 좋다. 모두 우리말에 대한 진심어린 고민과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약이 되는 말이었기 때문이리라.

글: 정성민
사진: 김영길, 한국정책방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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