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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 가는 우리말

이토록 특별한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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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이레 작가는 사람들에게서 잊혀가는 것을 재조명하는 데 관심이 많다. 과거 큰 인기를 누렸지만 현재는 간신히 명맥만 잇고 있는 여성 국극*, 그리고 표준어에 밀려서 쓰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는 사투리에 자꾸 마음이 쓰인다.
*국극: 전통적인 판소리나 그 형식을 빌려 만든 가극

독자들과 전라도 사투리로 소통해요

 「정년이(서이레 글, 나몬 그림)」는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두 여성 국악인들로 이뤄진 여성 국극단을 소재로 한 웹툰이다. 극 중에서는 소리에 재능을 타고난 소녀 윤정년이 소리로 부자가 되고 싶어 국극단에 들어가 겪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1990년대생인 서이레 작가가 195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여성 국극 이야기를 쓰게 된 것은 어느 날 우연히 책에서 마주한 한 문장 때문이다.

▲웹툰 「정년이」의 한 장면

 “대학교 때 현대문학사 수업 시간에 ‘여성 국극이 있었다.’라는 한 줄을 읽었어요. 재미있는 소재가 될 것 같아서 여성 국극을 다룬 논문들을 찾아봤죠.
  여성들이 남성 역할까지 모두 소화했고, 배우들이 지금의 아이돌 가수 같은 큰 인기를 누릴 정도로 1950~1960년대에는 인기 있는 대중문화였다는 점이 흥미로웠 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잖아요? 그 점이 너무 의아하고 안타까웠습니다.”


 독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지난 4월 네이버에서 연재를 시작한 「정년이」는 늘 10점 만점에 9점 이상의 높은 별점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웹툰으로 다뤄진 적 없는 신선한 주제와 섬세한 그림체, 그리고 주인공 정년이의 구성진 전라도 사투리가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연재 초반부터 정년이가 쓰는 사투리가 신선하고 반갑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어요. 독자들이 사투리도 보고 싶어 했다는 걸 실감하죠. 지금은 독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정년이의 말투를 흉내 내서 ‘아따 재미지구마이.’ ‘정년이 멋져부러!’라면서 사투리로 댓글을 달아요. 사투리를 매개로 독자들과 더 가깝게 소통하는 것 같아서 기쁩니다.”

새롭게 배우는 우리말, 사투리

 일부러 주인공의 대사를 전라도 사투리로 설정한 것은 아니다. 여성 국극을 공부할수록 전라도를 배경으로 삼는 게 당연했다. 임춘앵, 박초월 등 유명한 명창들은 거의 전라도 출신이다. 소리꾼의 재능을 타고난 소녀가 여성 국극에 도전하는 이야기라면 응당 전라도를 고향으로 설정해야 할 것 같았다.

▲ 서이레 작가가 참고한 여성 국극 관련 서적

 그런데 장애물이 있었다. 표준어만 써 와서 전라도 사투리를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전라도 사투리 영상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1950년대의 전라도 사투리에 익숙해지기란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찾아낸 3대를 이어 온 전라도 토박이에게 매회 감수를 맡긴다. 수정하기 번거로울 때도 있지만 정확한 사투리를 재현하고픈 마음이 더 크다.

▲ 웹툰 「정년이」에는 전라도 사투리가 등장한다.

 2년 넘게 도움을 받으면서 사투리를 접하다 보니 변화도 생겼다. 무엇보다 이제는 사투리 대사 수정이 많이 줄었다. 그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사투리를 많이 배웠구나.’ 싶어 뿌듯하다고 한다. 또 점점 전라도 사투리의 매력에 눈을 뜨고 있다.

 “전라도 토박이들은 ‘아따’, ‘긍께’, ‘워메’와 같은 감탄사들을 추임새처럼 즐겨 쓰더라고요. 표준어만 쓰던 제게는 이런 사투리들이 대화하는 사람들을 더 끈끈하게 이어 주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러니까’, ‘어머’와 같은 표준어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정겨운 매력이죠.”

 「정년이」를 쓰면서 알게 된 사투리 중에서는 ‘쌩콩허다’라는 단어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쌩콩허다’는 ‘샐쭉하다’의 전남 방언이다.

 “「정년이」 10화에 여성 국극 단원인 영서가 연기하는 모습을 본 정년이가 ‘고 얌전 빼고 쌩콩같던 것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어요. 처음에는 제가 ‘고 얌전 빼고 새초롬하던 애가!’라고 대사를 썼죠. 그런데 사투리를 감수해 주는 분이 ‘새초롬하던’을 ‘쌩콩같던’이라고 고쳐 줬어요. 보자마자 새침한 영서라는 인물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 단어라고 감탄했죠. 전 지금도 영서라는 인물을 묘사할 때 ‘쌩콩허다’란 사투리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1년 후에 이 작품이 끝날 때쯤에는 얼마나 더 많은 재미있는 사투리를 알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웹툰 「정년이」 10화에서 영서가 연기하는 장면

 자신이 갖춘 언어의 샘이 사투리로 인해 더 넓어져 기쁘다는 서이레 작가는 평소에도 우리말에 궁금한 것이 많다. 그런 그에게 국립국어원 누리집은 친구 같고 선생님 같은 든든한 존재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며 중고등학생들에게 문법을 가르치던 대학생 때부터 국립국어원 누리집을 애용 중이다.

 “특히 온라인가나다 상담 사례를 자주 봐요. 사람들의 질문과 국립국어원의 답변을 읽다 보면 유용한 정보를 많이 알게 돼요. 사람들이 어떤 말을 궁금해 하는지 알 수 있는 점도 재미있어요.”

 서이레 작가는 앞으로 지금은 사라진, 하지만 한때는 뜨거웠던 문화를 되돌아보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 과정에서 사투리는 늘 함께 있어야 할 존재이고, 그래서 계속 공부해 나갈 생각이다.

 “사투리도 표준어와 마찬가지로 소중한 우리말인데 비주류의 언어처럼 여겨져서 너무 안타까워요. 특히 대중 매체에서 다양한 사투리를 들을 수 없어 아쉽습니다. 지금도 여러 프로그램에서 사투리가 쓰이지만, 그 빈도가 낮고 특정 지역 사투리에 치우쳐 있는 편이에요. 다양한 지역의 말을 더 쉽게 자주 접하다 보면 우리가 쓰는 말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요?”

글: 정성민
그림 제공: 서이레, 나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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