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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실에서
통일을 가지고 온 아이들, 탈북 청소년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한만길 소장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한만길 소장 통일을 가지고 온 아이들, 탈북 청소년    

가끔 텔레비전에서 북한을 탈출하는 이들의 목숨 건 여로를 동행하며 그들이 처한 현실을 고발하는 방송을 보곤 한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쥐 죽은 듯 고요한 새벽 길을 달리는 모습을 볼 때면 등골이 오싹할 만큼 두렵고 겁이 난다. 한창 자라고, 배워야 할 나이에 몸과 마음을 내걸고 필사적으로 자신의 국가를 달아나 낯선 땅에 발을 디딘 그들, 탈북 청소년. 그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 적응해 가고 있을까. 한국교육개발원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의 한만길 소장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기회의 땅, 한국으로 가자   북한이탈주민의 인구와 그중 청소년들의 비중은 어느 정도 되나요? 1995년을 전후한 북한의 대량 기근 사태를 피해 북한을 탈출한 식량 난민 약 30만 명 가운데 우리나라에 입국한 이들을 '북한이탈주민'이라고 합니다. 북한이탈주민은 총 26,124명이고 이 중 10세에서 19세에 해당하는 청소년의 인구는 2,784명에 이릅니다.2013년 통일부 조사 결과

 

탈북 청소년들은 대체로 어느 정도의 학력을 갖고 있나요? 대부분의 탈북 청소년들은 북한에서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북한을 탈출한 후 제3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학교에 다니지 못하기 때문에 학력을 따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학습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나이에 비해 기초 학력이 많이 부진한 편입니다. 남한 청소년의 학력 평균을 80점이라고 한다면, 탈북 청소년들은 60점 정도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한만길 소장 통일을 가지고 온 아이들, 탈북 청소년
 

 

   

탈북 청소년들이 한국에 도착해서 안정권에 이르기까지의 적응 학습 체계를 알려주세요. 먼저 탈북과 남한 입국 과정에서 받은 심리적 충격 및 불안감을 해소하고, 남한 사회 구조를 이해하는 적응 훈련을 ‘하나원’북한이탈주민들의 사회 정착 지원을 위하여 설치한 통일부 소속 기관에서 진행합니다. 약 3개월 동안 하나원에 머물면서 기초 학력 보충과 남한 학교 체계에 적응하고 나면 각 연령별로 적합한 학교로 옮겨 본격적인 남한 사회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연령의 아이들은 인근의 ‘삼죽초등학교’ 특별반에 편입하고, 중고등학교 연령의 청소년들은 하나원 안에 있는 ‘하나둘학교’에서 기초학력 보충을 받습니다. 3개월이 지난 후 초등학생들은 부모를 따라 거주지를 배정받고 거주지 인근의 학교에 편입학하게 되는데 중고등학생의 경우 학력을 인정하는 절차를 거친 후 거주지의 학교에 편입학하도록 권유합니다. 학령기를 초과한 청소년, 예를 들면 북한에서 중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상태인데 나이는 고등학생의 연령이거나 그 이상의 연령을 가진 청소년들에게는 일률적인 학교 편입학을 권장하기보다는 여러 조건을 고려하여 정규 중고등학교와 탈북학생을 위한 특성 학교인 ‘한겨레 중고등학교’, 대안 학교 등 적합한 학교를 선택하여 편입학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재 탈북 청소년들이 남한 생활에서 겪게 되는 가장 큰 혼란은 무엇인가요? 또 이를 보완하는 프로그램이 갖추어져 있나요? 탈북 학생들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굉장히 꺼립니다. 자신이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이 주변 학생들에게 알려지면 혹여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신분 노출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말투'와 '억양'이니 그들 스스로도 말투 교정을 위해 교과서 읽기 등으로 끊임없이 훈련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신분을 노출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숨기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탈북 학생 자신이 신분을 밝히고자 하면 밝히도록, 그렇지 않으면 밝히지 않은 채로 아이들과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도록 선생님의 지도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말투의 차이, 외래어의 혼란 속에서 중도 탈락의 위기에 맞서는 탈북 청소년  

탈북 청소년들은 우리의 학교 체계와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해 가고 있나요? 탈북 청소년들이 학교 적응을 잘하고 있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가 '중도 탈락'입니다. 학교를 그만두는 비율이 2007년 10.8%였던 것에 비해 2011년에는 3.3%로 감소 추세를 보였습니다. 중도 탈락이 많이 해소되었다고 볼 수 있겠죠. 전체적으로 학력 수준 면에서는 학년이 오를수록 어려워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고, 친구 관계나 사회적 관계 면에서는 연차적으로 호전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럼 이 친구들이 중도 탈락 없이 학교에 잘 적응하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나요? 이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심리적 지지자입니다. 탈북 청소년들은 혈혈단신으로 한국에 왔습니다. 우리에게는 평범한 가족, 친구, 선후배 등이 이 아이들에게는 없습니다. 학교생활을 하는 것도 외롭고, 고독합니다. 낯선 곳에서 얼마나 막막하겠습니까. 학교에 가 봤자 수업은 어렵고, 재미도 못 느끼고, 적응하기는 쉽지 않고 말이지요. 그런 가운데에 자기에게 한 사람이라도 관심을 가져 준다면 얼마나 고마울까요.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생활에 어려움은 없는지 위로와 격려 한마디가 이 아이들에게는 큰 힘이 되는 겁니다. 실제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한 친구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이 무엇인지 물으면 '선생님'이라고 대답합니다. 선생님의 따뜻한 관심이 탈북 청소년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 것이죠. 최근에는 탈북 청소년에게 도우미 역할을 할 친구를 연결해 주어 학교 안내, 방과 후 교육 참여 등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문화 시설 체험 및 예술 체험 등과 친구 집 방문 체험 등을 통해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문화 체험을 장려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는 친구, 교사와의 관계가 학교 적응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 아이들의 진로와 미래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독려하며 지지해 준다면 이 아이들은 중도 탈락 없이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탈북 청소년들이 한국에 잘 적응하여 좋은 성과를 낸 대표적인 사례가 있나요? 현재는 탈북 청소년들의 적응 과정을 연구하고 있고, 또 탈북 청소년들이 주로 증가한 것이 최근의 일이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무엇이 되었다'고 말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간 친구들도 있지만, 그 친구들을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요. 그들도 여전히 새로운 배경에서 적응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니까요.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에게 가장 큰 벽은 외래어입니다. 우리 대학 교육은 영어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영어 강의를 비롯하여 수업에 사용하는 전문 서적, 리포트, 전문 용어 등에 부딪히면서 많이 힘들어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북 청소년 특유의 근면 성실함과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영어를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서 친구들 못지않은 학점까지 올리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학년이 오를수록 학점이 좋아진 것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어 취업에 성공한 학생도 있고요. 이렇게 탈북 청소년들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잘 적응해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성공도 하고, 때론 실패도 하면서 우리 사회에 정착해 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지요.



  탈북 청소년들은 꿈을 안고 이곳으로 왔습니다 편견과 차별 의식을 갖지 않고 그들을 온전히 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으로의 문이 열리고, '우리'는 손을 맞잡다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탈북청소년들을 위한 교재를 개발합니다. 우리와 교육 내용은 물론 용어, 문화 등도 확연히 다르고 말투나 억양, 어휘 등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친구들이 학교에 가서 부딪치게 되는 언어 문제와 이해하지 못하는 외래어 등을 고려하여 초기 적응 교육에서부터 활용할 수 있도록 교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탈북 청소년들은 개인별로 학력 수준과 성장 과정, 배경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대일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보통, 초등학교는 담임교사가, 중학교에서 담임교사 혹은 생활지도 교사 등 탈북 청소년을 이해하는 교사가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 부족한 부분을 돕습니다. 저희는 학교에서 멘토링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탈북 청소년을 위한 진로 상담, 진학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탈북 청소년 가운데에도 우수한 잠재력을 가진 친구들이 있습니다. 또 과거 입국 과정에서 제3국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져 교육을 받지 못했던 때와는 달리 근래에는 한국에 미리 입국한 탈북자가 북한의 가족을 데리고 오는 형태가 증가하면서 북한에서 학교에 다니다가 바로 온 청소년들이 많아졌습니다. 이 친구들은 대부분 이곳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해 갑니다. 이들 속에 우수한 학력이나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있다면 그 잠재력을 발굴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를 연결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우리 사회와 잘 융합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들을 바라보는 인식과 태도, 자세가 중요합니다. 생각 없이 우리는 묻습니다. 밥은 굶지 않고 잘 먹었는지, 굶어 죽은 사람을 본 적 있는지, 수용소에 가 보았는지, 여기에 왜 왔는지.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언사를 이들에게 그대로 투영시키는 자세는 반드시 경계해야 합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살기 어려워서 이곳에 찾아온 것이고 이곳에서 꿈을 안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입니다. 그들 스스로가 북한 체제의 희생양이고 피해자인데 북한에 대한 인식을 전가하는 것은 절대 옳지 않은 일입니다. 북한이탈주민을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 자녀 등 소수자에게 편견과 차별 의식을 갖지 않고 그들을 온전히 대할 수 있는 상호 이해가 필요합니다. 저희가 개발 보급한 상호 이해 교육 자료에서도 담겨 있듯 피부색이나 말투가 다르다고 해도, 공부 못하고 가난하고 옷이 남루해 보인다 해도 그 친구들에게 편견을 갖지 않고 대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탈북 청소년들은 꿈을 안고 이곳으로 왔습니다 편견과 차별 의식을 갖지 않고 그들을 온전히 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을 위한 지원 체계에는 어떤 보완이 필요한가요?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지원은 여러 가지 이루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부족한 것은 기초 학력입니다. 단기간에 해결되는 일이 아닌 만큼 지속적으로 이 아이들이 기초 학력을 보충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멘토링 교사와 방과 후 지도 교사의 확충이 필요하고 문화와 예술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갖춰진다면 좋겠지요. 탈북 청소년만을 위한 제도가 아닌 일반 학생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일반 학생 중에서도 저소득층 자녀, 한부모 가정 자녀 등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기초 학력이 부진하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통합 교육이 필요합니다. 지역사회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탈북 청소년들의 반 이상이 한부모 가정이고 대개는 엄마와 함께 사는 형태입니다. 가정이 안정적이어야 아이들도 안정적으로 성장하는데 이런 가정은 경제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매우 어렵습니다. 아이를 학교에 전적으로 맡기는 북한과 달리 우리나라는 학부모들이 신경을 써 주어야 하는 일이 많지요. 북한이탈주민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이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함께 우리의 교육 체계를 이해하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학부모 연수가 필요합니다. 지역사회의 복지관, 보건소, 병원, 전문가, 의사, 청소년 단체, 복지 단체 등 기관과 단체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탈북 학부모, 탈북 청소년들을 감싸고 지원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형태로 여겨집니다. 영양 결핍 및 질병에 대한 체계적인 의료 지원과 심리적 고통 등에 대한 전문가 상담 등의 지원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적응을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들이 이곳에 온 것은 '한국이 잘산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안정된 삶을 살아 보자, 우리도 분명 잘살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안고 옵니다. 그런데 막상 와 보면 살기 참 힘든 겁니다.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도 살기 어렵다는데 그들이 잘살게 되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물론 당사자들이 더욱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한국 사회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도 필요하죠. 이곳은 경쟁 사회이고 자신의 능력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된다는 것, 자활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세는 중요합니다. 다만 우리 사회에 보다 안전하고 어긋남 없이 안착할 수 있도록 우리가 그들을 배려하고 돌봐 줄 수 있는 자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북한이탈주민과의 공존은 하나의 '통일 연습'입니다. 우리가 통일에 대비해서 꼭 해결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통일을 해야 하고, 북한을 포용해서 함께 살아가는 남북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2만 5천여 명의 북한이탈주민조차 포용하지 못하고 보듬지 못한다면 어떻게 통일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통일이 된 후에 우리와 북한 사람들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면서 잘 살아가기 위한 연습입니다. 통일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한국에 온 이들을 우리는 '북한이탈주민'이라고 부른다. 다른 말로는 북한이주민, 새터민, 탈북자 등 다양한 명칭이 있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을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그들을 어떻게 우리의 품에 끌어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세상의 상처와 고통만 배워 온 그들에게 우리 곁을 흐르는 공기가 얼마나 상쾌한지 사람의 손이 얼마나 따뜻한지 느끼게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억양은 달라도 같은 말을 쓰고, 표현은 달라도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우리야말로 그들의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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