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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 교육, 그리고 우리
  •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 이미향(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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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저 바라보면, 음…’. 이 가사를 읽는다면 동그란 초코과자와 함께 이미 노랫가락도 떠올리게 된다. 수십 년간 큰 인기를 지킨 비결이 그 초코과자의 특별함 때문인지,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 낸 ‘정’이라는 소재 덕분인지 한 가지로 단언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 노래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 않아도 아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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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그저 바라보거나 마주보고 있으면 다 안다는 그 말은 진정 맞는 것일까? 단언컨대, 말하지 않는 상대방의 마음과 생각을 정확히 알 방법은 없다.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근거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의사소통에서 맥락에 주로 기대는 한국 사회에서는 사람 사이의 ‘정’을 기반으로 교감한다. 때때로 ‘눈치에 따라 적절히 행동하라.’라고 한다. 사전에서는 눈치를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는 것’이라 한다. 그렇지만 이방인의 관점에서 눈치란 ‘한국인의 잣대로 남의 기분을 재는 기준’이란다. 동일 문화권에서 살아 보지 않았다면 따라잡기 힘든 개념이다.

 실제로 한국말에는 상황과 맥락에 기대서 해석한다는 표현이 꽤 많다. 예를 들면 ‘감이 오다, 감을 잡다, 눈치가 없다, 눈치로 때려잡다, 척하면 삼천 리’ 등이 있다. 문제는 소통을 위해 남의 기분이라도 알려면 ‘오늘은 왜 저렇게 말하지?’와 같이 그들의 예민한 표현 방식을 겪어 봐야 하는데, 외국인은 그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맥락에 기대서 소통하는 사회는 갈등을 처리하는 방식도 특별하다. 의사소통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상황을 아예 회피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불편하거나 궁금한 부분이 있더라도 잘 물어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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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 표현에는 한국 문화의 특성이 담긴다. 한국 문화에서는 구성원의 조화와 체면을 고려하는 마음으로 긍정적이거나 두루뭉술한 답을 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유학생 대상 한국어 교재 한 권에서 응답 표현을 세었는데, 긍정적 답이 160번 나오는 동안 부정적 답은 37번에 그쳤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른 책에서 이주노동자는 17 대 6으로, 결혼이민자는 15 대 1 정도로 상황을 부드럽게 넘기는 긍정 답에 자주 노출되는 것이 확인된다.

 한국어 학습자들은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과 같은 문화에서 살아오지 않았다. 분명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문화권에서 성장한 학습자들은 맥락에 따라 모호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을 더욱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질문을 끈질기게 하기도 한다. 학습자의 이질감이 이러한데도 감, 눈치, 정 등이 강조되는 한국어 교재에는 뜻을 명확히 하는 표현을 뒤로 숨기고, 궁금한 것이 있어도 그대로 묻어 두는 이야기 구성이 넘친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가 근거 없는 단정인 것과 같이, 갈등 상황을 회피하는 것을 먼저 가르쳐야 할 근거 또한 없다. 다양한 소통 상황을 접해 보고 갈등이 생기면 해결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란 광고 문구가 나온 지 한 세대가 지났다. 이제는 수십 년간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그 광고문이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로 바뀌어 나오고 있다. 학습자들이 한국어를 배우면서 말의 쓰임까지 제대로 익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동안 학습자는 담화에 적절한 한국식 표현을 배워 갈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문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획일화되는 공식에 쉽게 빠져서는 안 된다. 점점 다양해지는 한국어 학습자들을 위해 교육 내용을 다양화하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이다. 한국어 학습자는 교실 안팎의 소통 상황에서 문제해결 과정을 한국어로 체험할 다양한 교육 자료를 만나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