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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 가는 우리말

우리말, 그리고 사람
우리말, 그리고 사람

  박창현 아나운서가 엠비시 <우리말 나들이>의 연출을 맡게 된 건 2017년, 아나운서 5년 차의 끝 무렵이었다. 그는 작게 심호흡을 했다. 다음 해에는 한국어문상 방송 부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상을 받은 후 그는 조금 더 크게, 숨을 들이켰다. 앞으로도 자신에게 맡겨진 자리와 주어진 상에 부응하는 사람이고 싶어서.

<우리말 나들이> 연출을 맡다

  박창현 아나운서에게 <우리말 나들이> 연출은 조금 이른 감이 있는 자리였다. 공동 연출인 김나진 아나운서는 올해로 12년 차다. 잠시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박창현 아나운서는 이내 부담감을 털어 내고 생각했다. ‘선배들보다 깊이는 부족할지라도 나만이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프로그램과 함께 성장해 나가자’고.

  박창현 아나운서는 엠비시 신입 아나운서들의 영역이라고만 여겨졌던 <우리말 나들이> 출연자를 모든 아나운서를 대상으로 확대했다. 또 우리말 표현을 짚어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출연자 개개인의 특성이 드러나는 기획으로 프로그램에 색을 더했다. 그는 <우리말 나들이>가 작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바른 언어 특별상을 받은 데엔 이런 기획도 한몫하지 않았겠느냐며 웃어 보였다. 새로운 <우리말 나들이>는 방송국 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실 <우리말 나들이>는 편성 시간도 짧고 시청률이 잘 나오는 편도 아니에요. 그런데 선배 아나운서들을 진행자로 섭외할 때 다들 좋아하시더라고요. 진행자 개인의 특성을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게 신선하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반응이 좋아서 감사했죠. 물론 시행착오를 겪은 부분들도 있어요. 올해는 그런 부분들을 좀 더 보완해 가면서 또 다른 기획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내 이웃의 언어, 겨레말

  <우리말 나들이> 연출을 맡은 후 그의 하루는 프로그램 위주로 재편됐다. 기획을 총괄하는 신동진 부장과의 회의, 제작진과의 소재 회의, 유튜브 영상 제작 등을 진행하다 보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곤 한다. 프로그램의 소재를 얻는 경로도 다양하다. 신동진 부장이 한 해를 아우르는 큰 계획을 제시하면 박창현 아나운서와 제작진이 세부적인 내용을 그린다. 이번 상반기 특집으로 진행되는 ‘겨레말을 찾아서’도 신동진 부장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담당 부장님이신 신동진 아나운서께서 <우리말 나들이>에 관심이 무척 많으세요. 세부적인 내용 구성은 제작진에 맡겨 주시되, 한 해의 얼개를 잡는 데는 도움을 많이 주세요. ‘겨레말을 찾아서’도 작년에 남북 관계에 해빙기가 왔으니 ‘겨레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말씀을 주셔서 준비하게 됐거든요.”

▲<우리말 나들이>의 유튜브용 콘텐츠 ‘하·일·우’ 방송 장면 갈무리

  <우리말 나들이>의 채널 확산성을 고민하던 박창현 아나운서는 유튜브 영상 제작을 시도했다. ‘하루 일 분 우리말 나들이’를 줄인 ‘하·일·우’를 제목으로 정하고 영상 제목 디자인 작업도 새로 했다. 우리말 사용자들이 하루 중 잠깐이라도 우리말을 배워보고 접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기획이다. 그렇게 ‘하·일·우’는 유튜브의 ‘MBCentertainment(엠비시 엔터테인먼트)’ 내에 둥지를 틀었다. 영상의 주류 채널에 진입한 셈이다.

  “MBCentertainment(엠비시 엔터테인먼트)는 사람들이 심심할 때 짧은 영상을 보러 들어오는 곳이에요. 확실히 따로 채널을 운영할 때보다 조회 수가 높아요. 지금 올라가는 영상이 겨레말 위주다 보니 거부감을 보이시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북한과 교류가 활발해질 테니까 겨레말을 알아 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반기 특집이 끝나면 예전에도 제작했던 ‘소개팅 나가기 전에 꼭 알아야 할 맞춤법 BEST 5’와 같이 조금 더 말랑말랑한 내용을 시도해 보려고요. 유튜브 콘텐츠가 공중파에서 방영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어요.”

외래어 사용의 개선을 고민하다

  2018년은 <우리말 나들이>의 개편과 더불어 박창현 아나운서가 스포츠 중계에도 진출하며 자신의 활동 영역을 확장한 해이기도 하다. ‘피파(FIFA) 월드컵 러시아 스튜디오 중계’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중계’에 신입 진행자로 참여해 스포츠 방송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스포츠 중계는 외래어 사용을 피하기 어려운 분야다. 이미 사용자들에게 익숙해져 바꾸기 어려운 용어도 많다. 박창현 아나운서는 외래어 사용에 대해 아나운서로서 느낀 고충을 이야기했다.

  “스포츠 분야는 해외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그대로 들여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표현하는 게 더 익숙하고 전문적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저는 이제 막 첫발을 뗀 신입 진행자이기 때문에 진행자로서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우리말 나들이> 연출자로서 관련 자료를 만들어 스포츠 분야에 제안하는 방식으로 우리말 사용을 권장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포츠 용어는 ‘겨레말을 찾아서’에서도 다루고자 했던 주제이다. 지난 중국에서 있었던 친선 축구 경기를 앞두고 관련 용어를 소개하는 맛보기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영상을 제작하며 북한에서는 최대한 우리의 고유어로 경기를 중계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조금 촌스러운 느낌은 있었지만 우리말이다 보니 스포츠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그는 처음엔 낯설겠지만 진행자들의 개성을 입힌 입말에서부터 시작해 나가다보면, 우리말 경기 용어도 대중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국립국어원과 함께 걷는 걸음

  <우리말 나들이> 연출을 맡은 후로 박창현 아나운서는 국립국어원과 소통할 일이 많아졌다. ‘겨레말 특집’을 준비하기 위해 국립국어원과 모임을 가지며 자료 조사에 도움을 받았다. 그는 국립국어원의 연구원들을 만나며 딱딱할 것만 같았던 국립국어원에 대한 인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국립국어원은 표준어의 틀을 확립하는 중요한 기관이에요. 이 밖에도 우리말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고요. 우리말 사용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국립국어원 사업들이 많아요. 엠비시 아나운서국이 협력해서 기관의 중요한 사업들을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국립국어원의 전문성과 대중 친화적인 아나운서의 장점이 조화를 이루면 좋은 효과를 낼 거라고 생각해요.”

  올바른 우리말 사용에 대한 그의 고민은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채 사용하는 외래어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를 바꿔 나가는 게 그가 올바른 우리말 사용을 위해 보인 노력의 출발점이었다. 그는 올바른 우리말 사용에 어색함을 느끼는 대중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표준어와 우리말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유행어나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과 후자의 언어만 아는 상태인 것엔 차이가 커요. 그리고 다들 그런 경험이 있지 않나요? 멋진 우리말을 사용하는 사람을 보면 훨씬 지적이고 박식해 보이잖아요. 그런 맥락에서 자신의 품격을 높인다는 느낌으로 우리말 사용에 주의를 기울이면 좋을 것 같아요. 한국에 살면서 우리말을 정확히 알고 정확한 우리말을 구사한다는 건 자신의 격을 높이는 일이거든요.”

글: 허재희
사진: 김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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