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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온라인 소식지 쉼표, 마침표.

파크 카밀라 모르안 놀라운우리말

우리말 친구들

“한국과 러시아를 잇는
다리가 되고 싶어요!”

한국 문학 번역가 파크 카밀라 모르안(Пак Камилла-Моран)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온 고려인 4세 파크 카밀라 모르안 씨는 한국의 소설을 러시아어로 번역하는 문학 번역가이다.
스무 살이 넘어서 외국어로 만난 한국어지만, 그녀는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한국 문학 작품을 번역해 내는 것이 꿈이라는 파크 카밀라 모르안 씨를 만나 보았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모르안 씨의 모국어는 러시아어이다. 어렸을 때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통해 한국어를 이따금씩 듣긴 했지만 당시는 한국어를 몰랐던 탓에 두 분의 말씀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랫줄 가장 왼쪽이 파크 카밀라 모르안 씨. 스물한 살 때부터 한국 전통 춤을 배웠다. <사진 1> 아랫줄 가장 왼쪽이 파크 카밀라 모르안 씨
스물한 살 때부터 한국 전통 춤을 배웠다.
“할머니 세대는 러시아어와 고려 말을 섞어 썼고, 부모님 세대는 고려 말을 알아들을 수는 있지만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세요. 저 같은 경우는 한국어를 완전히 외국어로 배웠어요.”

모르안 씨가 살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유럽과 인접한 해안 도시로 한국인뿐만 아니라 동양인을 보기 어려운 지역이다. 그녀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도 그녀는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고려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조상으로부터 면면히 이어받았다. 파크 카밀라 모르안의 ‘모르안’은 모란꽃을 닮았다고 할아버지께서 지어 주신 우리말 이름이다.

모르안 씨는 자신의 정체성을 좇아 한국어학과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녀가 입학하던 해에는 한국어학과의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다른 학과로 진학하여 한국어 수업을 청강하면서 한국어를 배워야 했다고 전했다. 모르안 씨가 대학에 진학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러시아 내 한국어학과가 비인기 전공이어서 신입생을 격년으로 모집했다고 한다. 어렵게 배운 한국어로 2007년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한 독후감 공모전에 응모했고, 그녀의 작품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어와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모르안 씨는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번역아카데미를 수료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번역가와 응용언어학자로서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번역하기 어렵지만, 매력적인 한국어

얼마 전 모르안 씨가 번역한 김영하의 소설 《빛의 제국》은 남북한의 정치적인 사안이나 이념의 차이를 다룬 작품이다. 모르안 씨는 이 소설을 번역하면서 한국의 남북 분단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고 했다.

“저는 한 나라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싶으면 그 나라의 문학을 보면 된다고 생각해요. 문학 작품을 읽기만 해도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 심리를 모두 알 수 있으니까요. 사실상 완전한 번역은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문학 번역은 두 나라 간의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가장 기초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인의 정서와 한국 문화의 매력을 드러내어 외국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드는 게 번역가로서의 제 꿈이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한국 문학 번역가로서 모르안 씨가 꼽는 한국어의 매력은 무엇일까? 모르안 씨는 한국어가 고유어, 한자어, 차용어 등의 어휘가 풍부하고, ‘정’, ‘흥’ 등 한국인들 사이에서만 공유되는 표현들이 있어 상황에 맞게 골라 쓰는 맛이 있다고 했다.

왼쪽에서 여섯 번째가 파크 카밀라 모르안 씨.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박민규의 《아침의 문》을 러시아어로 번역하여 신인상을 수상했다. ’ <사진 2> 왼쪽에서 여섯 번째가 파크 카밀라 모르안 씨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박민규의 《아침의 문》을 러시아어로 번역하여 신인상을 수상했다.

“같은 ‘정’이라도 ‘정이 들다’라고 표현할 때는 비교적 간단한 의미이지만, 사람 간의 관계에 얽힌 깊은 의미를 글 속에 담아야 할 때도 있잖아요. 같은 어휘라도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르게 표현해야 하는 것들이 번역할 때 가장 재미있어요. 또 한국어에는 문화적인 배경을 덧붙여 설명해야 하는 단어들이 꽤 많거든요. ‘해 주다’나 ‘드리다’와 같은 방향성이 있는 단어는 한국 사회의 관계성이 반영된 단어이기도 하고요. 그런 단어를 문학 작품에서 간결하고 자연스럽게 번역하고 싶어요.”

모르안 씨는 러시아의 독자는 좋은 문학을 알아보는 안목이 높아서 러시아에서 사랑받는 작품이라면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독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함께 한국 문학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지는 요즘, 고려인의 정체성을 갖고 한국의 문학을 러시아에 전하는 한국 문학 번역가 모르안 씨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사진 제공>
<사진 1> 디.라보브스키(D. Rabovsky)
<사진 2> 한국문학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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